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바로 이 지면에 나는 ‘대통령이 돼선 안 되는 사람’이란 제목의 칼럼을 썼다. 대통령이 돼선 안 되는 사람은 물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였다. 그런데 됐다. 흔히 말하는 ‘독재자의 딸’이라서가 아니라 대통령이 되기엔 민주주의와 역사에 대한 소양과 인식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나름 판단했기에 그렇게 썼을 뿐 다른 이유는 없다. 그리고 그 같은 내 소신엔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하지만 어쩌랴. 과반수가 넘는 국민이 민주적 절차에 따라 그녀를 대통령으로 선택했으니
민의를 천금같이 무겁게 받들고 따르는 수밖에. 하여 지금 나는 진심으로, 아니 어쩌면 박근혜란 이름만 들어도 “불쌍하다”며 눈물을 흘리는 할머니들보다도 몇 배나 더 간절히 그녀가 반드시 역사에 길이 남는 성공한 대통령이 되길 바라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녀가 실패하면 대한민국이 흔들리고 온 국민이 불행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미우나 고우나 이제 그녀는 ‘우리’ 대통령이다. 더구나 ‘준비된 여성대통령’이다. 아니 지난 대선 때 분명히 그렇게 말하고 표를 얻었다.
그런데 하는 걸 보면 대체 뭘 준비했다는 말인지 민망할 지경이다. 그러니 대통령에 취임한 지 한 달도 안 돼 지지율이 30%대로 급락했다. 이는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옛말에 ‘될성 싶은 나무는 떡잎을 보면 안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전조가 하 수상하다 보니 국민의 심려가 클 수밖에 없다.
여성대통령이라서 모두를 아우르는 어머니와 같은 부드럽고 섬세한 리더십을 기대했는데 여론을 철저히 무시한 채 매사를 혼자 결단하고 안하무인으로 밀어붙이는 것이나, 국민을 ‘섬김’의 대상이 아닌 ‘통치’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도 아버지를 쏙 빼닮았다. 마침 정부조직법 처리에 관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발표가 있은 직후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이 “지금은 통치의 시대는 가고 정치의 시대다. 대통령이 매사를 (혼자서) 풀어갈 수는 없다”고 쓴 소리를 했다. 대화와 타협을 모르는 불통의 리더십으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뜻의 고언으로 대통령이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후보 시절 그녀는 소통과 탕평으로 국민대통합을 이루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이제 소통과는 거리가 먼 윤창중 같은 괴짜를 대변인으로 곁에 두고 있으면서 소통을 말할 순 없다. 그리고 탕평 인사를 통해 “호남의 눈물을 닦아드리는 대통령이 되겠다”던 새 정부 초대 내각에 호남 출신은 단 2명뿐이다. 이와 관련해 윤창중 대변인은 고향이 어디든 “선산이 호남에 있으면 호남 사람”이란 불후의 명언을 남겼다.
무기중개상 고문을 한 것 말고도 비리 의혹이 태산 같아 국회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된 김병관 국방부 장관 지명자 같은 부적격자를 끝까지 감싸는 대통령의 모습을 속절없이 바라보는 국민의 마음은 참담하다. 김 지명자는 버티다 결국 낙마했다.
정치란 결국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인데 아무래도 박 대통령은 우리 국민이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 같은 존재가 아닌가 싶다. 불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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