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 수속 12분, 출국 수속은 19분’
한국의 관문 인천 국제공항 얘기다. 세계 다른 국제공항들의 평균인 입국 45분, 출국 1시간과 비교하면 놀랄 만큼 빠른 속도다.
공항은 외국인 여행객들에게 그 나라의 첫 인상을 심어주는 중요한 공간이다. 각종 편의 시설과 서비스도 중요하지만, 좁은 비행기 안에서 장시간 갇혀 있느라 피곤이 쌓인 여행객들의 가장 큰 바람은 빨리 공항을 빠져 나가 숙소에 여장을 푸는 것이다.
그런데 입국 심사대 앞에서 길게 줄을 서 한참을 기다리게 된다면 여간 짜증스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입국 심사대를 일부만 열어 놓고 업무를 진행하는 것을 보게 되면 화가 치밀기도 한다.
인천공항은 이런 면에서 한국을 처음 찾는 외국인들의 욕구를 제대로 충족시키고 있는 셈이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입국할 항공편의 승객 수를 시간대별로 미리 파악해 필요한 인력을 탄력 있게 배치하고, 자동출입국심사를 활성화 시켰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매년 처리해야 할 항공 여행객 수는 증가하고 있지만, 출입국 수속에 소요되는 시간은 전혀 늘어나지 않았다. 인천공항이 8년 연속 ‘세계 최고의 공항’이란 타이틀을 보유할 수 있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현재 다른 많은 국제공항들은 인천공항을 모델로 새로운 공항을 건설하거나 시설을 보강하는 등 ‘항공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국가의 이미지가 달려 있기 때문이고, 경제에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미 여행자협회가 미국을 찾았던 외국인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가장 큰 이슈는 ‘입국 및 세관 심사’에 관한 것이었다.
까다롭고,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리는 입국절차에 외국인들이 혀를 내두른 듯 응답자의 43%가 주변 사람들에게 미국 대신 다른 나라를 여행할 것을 권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또 전체 응답자의 3분의 2는 입국절차가 개선돼야 미국이 훨씬 더 매력적인 목적지가 될 것이라는 쓴 소리도 내놓았다.
하지만 이런 지적과 달리 지금 미국의 공항은 정반대의 상황으로 가고 있다. 자동예산삭감인 시퀘스터로 인해 많은 연방 이민세관국 직원들이 무급휴가를 떠나게 되면서 입출국 시간이 짧아지기는커녕, 더 늘어나고 있다.
LA국제공항(LAX)의 경우 4월이 시작되면 이같은 현상이 더 심화될 것에 대비, 항공사 관계자들이 대책 모임을 갖는 등 바짝 긴장하고 있다고 한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가뜩이나 시퀘스터 이전에도 이민세관국 직원들이 모자라 많은 시간이 걸렸는데, 무급휴가가 확대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난감하다”며 “특히 아시아권에서 한꺼번에 항공편들이 들어오는 시간대에 승객들의 불편이 상당히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사용한 돈이 무려 1,700억 달러였다. 연방 상무부는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며 반색했지만, 좋아만 하고 있을 것도 아닌 것 같다. 다음 설문조사에서 더 부정적인 답변을 내놓는 외국인들이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굴뚝 없는 공장’ 관광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더불어 미국에 대한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변화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항에서 겪는 불편 때문에 미국이 외국인들에게 ‘초강대국 = 오만’이란 편견의 공식으로 기억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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