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몸살이 났다. 하는 일에 많이 잘해보려 힘을 넣고 욕심을 넣었더니, 제일 순진하고 만만한 몸이 알아차린 것이다. 그럴 줄 알았어 하며 고소해하면서도, 많이 애 썼던 것은 알아줄께라고 스스로에게 말해준다. 천천히 욕심부리지 말고 가라는 신호인 것이다. 세상에는 커다란 흐름 - 파도가 있다고 생각하며 스스로의 한계를 지키려 애써다가도, 어떤 때는 한번은 그 파도를 넘어가 보려 일부러의 짓도 해본다. 내 것이 아닌 것에 욕심을 두고, 오기를 부리는 것이다. 아주 오래전 칸쿤이라는 곳에서 정말 아무도 없는 바다 한가운데에서 혼자 수영을 한 적이 있다. 바다가 아니라 투명한 수정이었으며, 흠이라면 그 속에 떠 있는 나였을 거라고 생각이 들 만큼 깨끗한 곳에서, 온몸의 마지막 힘까지도 다 빼고 그냥 바다의 움직임에 몸을 맡긴 채 오래오래 떠 있었든 기막힌 경험이 떠오른다.
귓가의 멍멍한 물소리와 나를 빼버린 그냥 하나의 사물과 적당한 햇빛 속에서의 파도와의 일체감은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그냥 있는 그대로의 세상과 하나가 되는 바로 그런 느낌이였다. 높은 파도가 밀려와도 그냥 내 몸은 그 흐름을 따라 함께 그 넓은 바다의 한가운데 작은 점으로 떠 있을 뿐, 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두려움도 걱정도 행복도 다 스스로 만든 생각 안에서 만들어지는 것이지, 그것이 분명 나는 아닐 것이다. 사는 것도 그러하다고 믿는다.
혼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인데도 연연하고 걱정하고 욕심내다, 진정 소중한 내 몸을 망쳐버리는 것이다. 너무 잘하려고 애쓰면 꼭 망쳐지고 잘못되어지고 그러다, 힘을 빼고 온몸과 마음을 그냥 하는 일만 즐기며 하다보면 어느새 모든 것은 더 잘돼 있어 놀란 적도 있다. 굳이 가지려 애쓰며, 탐하려 하지도 않고 그냥 그 흐름 속에서 어느 순간 이루어지는 것일 거다. 아직도 기침하며 끙끙거리지만, 마음은 시원하다. 욕심부리다 몸은 힘들었지만 굳이 잘하겠다는 힘을 빼고서, 세상의 흐름을 따라 열심히만 살라는 멋진 공부를 한 것이다. 다시 내자리를 찾아 무엇을 하든 진심과 열심으로 재미있게 할 거라고 다짐하면서, 갑자기 아주아주 매운 것이 먹고 싶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