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관 인턴 여학생 성추행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를 수행 중이던 청와대 고위인사가 워싱턴에서 20대 한인 여성을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수행하다 중도에 돌연 귀국한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사진)이 9일 전격 경질됐다.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은 9일 LA에서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은 9일 윤 대변인을 경질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관련기사 2면>
이 수석의 발표내용은 9일 오전 윤 대변인에 관한 성추행 의혹 보도가 나온데 따른 청와대의 첫 공식 반응이다. 이 수석은 경질사유에 대해 “윤 대변인이 박 대통령의 방미 수행 기간 개인적으로 불미스러운 행위를 해 고위공직자로서의 부적절한 행동을 보이고 국가의 품위를 손상시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정확한 내용은 주미 대사관을 통해 확인 중이며 사실이 확인되는 대로 소상하게 밝히겠다”고 덧붙였다. 청와대는 윤 대변인이 연루된 ‘불미스러운 일’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다. 주미대사관도 이번 사건에 대해 철저히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 대해 DC 경찰국은 9일 오후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윤 대변인이 연루된) 경범죄성 성추행에 관한 사건을 수사 중에 있다”면서 “현재로서는 더 이상 아무 것도 언급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DC 경찰이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진 않았지만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에 대한 성범죄 신고가 경찰에 공식 접수되고 수사대상이 됐음은 확인해 준 것이다.
윤 대변인은 8일 박 대통령의 의회 연설 등 행사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은데다 다음 기착지인 LA로 이동하지 않고 이날 홀로 서울로 귀국해 그 배경을 놓고 여러 궁금증과 추측을 낳았다.
이번 사건이 처음 바깥으로 알려진 건 9일 아침 미주지역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서였다. ‘Missy USA’에 이날 오전 6시9분경 윤 대변인이 방미 수행 일정을 지원하던 주미 대사관 소속 여성 인턴을 성추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이번 사건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 인턴 여성은 21세의 미 시민권자로 박 대통령 방미 행사 지원을 위해 채용됐으며 윤 대변인을 담당했다.
윤 대변인은 7일 저녁 방미단이 묵고 있는 백악관 인근 윌러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의 바에서 이 여성과 술을 마신 후 매사추세츠 애비뉴 선상의 페어팩스 호텔로 옮겼다 한다. 이 호텔도 방미단의 일부 숙소로 이용됐으며 이 인턴여성의 숙소도 이 호텔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DC 경찰국에 따르면 윤 대변인은 7일 밤 9시30분에서 10시 사이에 이 여성의 허락 없이 엉덩이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한 것으로 신고됐다.
피해여성은 다음 날인 8일 오후 12시30분 경찰에 성범죄 신고를 했으며 윤 대변인은 숙소의 짐도 챙기지 않고 혼자 덜레스 국제공항으로 이동해 8일 1시30분 출발하는 대한항공편으로 급거 귀국했다 한다. 윤 대변인은 귀국 후 바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창중 대변인(56)은 모 신문사 정치부장과 논설위원을 거친 우파논객 출신. 대통령직 인수위 대변인에 이어 새 정부 청와대 초대 대변인으로 발탁됐으며 극우적 색채와 ‘불 소통’ 등으로 끊임없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가 70여일 만에 불명예 퇴진하게 됐다.이번 윤 대변인 사건은 방미 성과를 토대로 국정운영에 탄력을 기대했던 박근혜 정부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종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