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오전 친정엄마와 아들과 함께 주변에서 열리는 파머스 마켓에 갔다. 노인분들로 구성된 신나는 밴드공연과 함께 먹거리와 볼거리들로 가득했다. 그곳은 한주간의 노고를 이색적인 눈요기로 풀어내는 나의 취미이기도 하지만 이맘때면 꼬옥 그곳에서만 사는 나의 보물이 있다. 해바라기..... 난 유난히도 해바라기를 좋아한다. 어렸을 적 처음 유화를 그리기 시작했을 때 해바라기를 밴 고흐처럼 열심히 그린 기억이 있다. 물론 스타일은 달랐지만 왠지 모르게 해바라기를 그려야 좋은 그림이 나올 것 같았던 모양이다. 그 해바라기를 다시 그리고 싶어졌다. 일반 마켓이 아닌 우리네 재래시장 같은 느낌의 파머스 마켓에서 난 꼬옥 해바라기를 한다발 가득 구입한다. 그래야만 풍성한 해바라기의 느낌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
1888년에 밴 고흐가 그린 열두송이의 해바라기를 난 무척 좋아한다. 따뜻한 햇볕이 있는 남부 프랑스 아를에서 고흐는 고갱과 함께 쓸 작업실을 장식하기 위해 해바라기를 그리기 시작했다. "해바라기를 그리는 일은 당분간 계속될 거야. 이제 고갱과 함께 살면서 우리만의 작업실을 만들 거니까. 아무래도 작업실 장식에 신경을 좀 써야 할 것 같다. 커다란 해바라기로만 말이야. 고갱이 좋아하겠지?..."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의 일부분을 보면 알 수 있다. 파란색과 녹색 바탕 위에 선명한 노란색의 해바라기. 고흐는 강렬한 색채 대비가 돋보이는 해바라기 그림을 열정적으로 그려냈다.
함께 살게 된 동료를 위해 해바라기를 그리는 고흐를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 오른다.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쓴 편지에 "눈앞에 있는 것을 그대로 재현하려고 애쓰는 대신, 나는 나 자신을 보다 강렬하게 표현하기 위해 색상을 자의적으로 사용했다"라고 썼다. 해바라기 꽃말 중에 기다림이 있다. 고흐도 고갱에 대한 기다림을 열정이 묻어나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표현한 것일까? 큰 항아리에 해바라기를 가득 담아 햇볕이 내리쬐는 뒷뜰 한가운데 놓고 한참을 바라본다. 난 누구를 위해 저 해바라기를 그려볼까?... 생각나는 사람이 너무 많은 걸 보니 해바라기의 화사한 컬러 만큼이나 행복감이 밀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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