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에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데 사람들이 가보았다고 생각하는 특이한 곳이 있다. 바로 ‘세상 끝’이라는 곳이다. 지구의 끝은 가정으로부터 지어낸 개념일 뿐 실제 자연 지형이 아니다. 중세 초에 교회를 중심으로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던 사람들이 바다 멀리까지 나가면 지구의 끝에서 떨어져 죽을 것이라고 상상해낸 개념이었다.
여기에 지옥의 이미지가 합해져, 불신자들이 벌받아 떨어져 죽는 저주의 심연, 모든 것이 끝나버리는 종말적인 장소라고 사람들 상상 속 깊이 뿌리내리게 되었다. 그러나 16세기 초 마젤란의 주항(circumnavigation)으로 지구가 둥글다는 것이 입증된 후 지구의 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명백해졌다. 흔히 이보다 더 나쁜 상황은 없다라고 느낄 때 사람들은 이젠 세상 끝까지 갔다고 믿는다. 세상 끝까지 갔다는 생각은 현재 닥친 상황에 대한 자기 나름의 염세적인 해석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두려움에 의해 이미 변질되고 굴절된 패배자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만 가능한 생각이다. 희망이 없다라는 자포자기, 남들은 다 잘 살고 있는데 왜 나만(why me?)이라는 원망, 어떤 노력을 해도 이 곳에서 빠져 나올 수 없다는 무력감과 보이지 않는 저주와 원한 감정 등, 자아가 두려움에 최후로 항복할 때에 이런 결론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일단 자아가 항복하면, 끝없이 추락할 수밖에 없는 허구의 심연에 갇히게 된다. 이곳에 갇힌 자아에게선 어떤 긍정적인 것도 나올 수 없다. 버지니아텍 무차별 총기 살상을 저지른 조승희는 남들이 떠밀어서 세상 끝에 서게 됐다고, "’나’는 이렇게까지 안하려고 했는데 ‘너희들’이 나를 강제로 코너로 밀어붙였다"고 말한다.
무차별 총기살상들을 저질렀던 이들의 공통점은 이들이 세상 끝이라는 허구의 공간에 갇힌 자들이라는 것이다. 허구에 갇힌 자들을 살인적 공격성으로부터 해방시키려면, 그들에게 세상 끝이라는 건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 생각의 훈련을 통해 스스로 오류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해야만 한다. 마치 감옥에서 나가지 못해 폭동을 일으키는 죄수들에게 처음부터 감옥은 없었다고 알려줘야 하는 것처럼...그들의 눈에서 비늘이 떨어지는 깨달음을 줄 수 있는 코어 커리큘럼을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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