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한 작가가 신작 ‘오로라 공주’로 돌아왔다. 겹사돈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입양을 ‘개구멍 받이’라고 표현해서 많은 입양부모들의 눈물을 뺏으며, 드라마 출연진 눈에서 레이저 빔을 발사케 하여 일일드라마의 SF화의 신기원을 이뤘던 그가 안방극장으로 돌아왔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첫 장면부터 불륜을 진하게 묘사하면서 포문을 열었다. 불륜 관계에 있는 형제를 노골적으로 부러워하는 다른 형제들이 등장했으며 이런 오빠들을 둔 여주인공도 역시 만만치 않았다. 재산과 배경으로 평가받기는 싫다고 만나는 남자한테 신분을 속이면서도, 명품 가게에선 몸종처럼 부리는 비서를 대동하고 자신이 가진 돈으로 가게 직원들을 골리는 못된 취미를 가지고 있었다. 무리한 설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잠자는 남동생의 침대맡에서 반야심경을 읊다가 주기도문으로 마무리 짓는 누나들이 나오는 장면을 보면서 난 이 드라마의 작가 머릿속이 정말 궁금해졌다.
보다 보면 ‘어처구니가 없다!’란 말을 수시로 연발하면서 그래도 새 작품 나올 때마다 은근히 궁금해져서 첫회를 챙겨보는 나 같은 시청자가 많은가 보다. 지금까지 항상 대박과 중박 사이의 타율을 유지했기에 방영 때마다 수많은 논란을 일으켰어도 아직도 이 작가를 공중파 방송국에서 모셔간다고 한다.
누군가 나에게 욕하면서 왜 막장 드라마를 보느냐고 묻는다면 난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을 거 같다. 가끔은 속풀이가 필요하다고. 살다 보면 자식도 가족도 세상일도 맘대로 안 될 때가 많다. 그러다 보면 속도 답답해지고 억울한 마음도 생기고, 그렇다고 어디 가서 속 시원하게 풀어놓을 상대도 없을 때가 있다. 체면과 관계 속에서 살아야 하는 대부분의 소심한 사람은 그렇다. 그런데 막장드라마의 세계에선 특히 이 작가의 주인공들은 속에 말을 담아두는 법이 없다. 염치도 없고 눈치 보는 법도 없이 자기 하고 싶은 대로 다하는 주인공들을 보노라면 ‘맞아 나도 그때 저 말이 하고 싶었어”라고 무릎을 치게 되는 때가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결국 한두 회 시청하고 말아버린 이유는 재미와 신기함이 상식을 놓쳤을 때 느껴지는 불편함 때문이다. 불편함을 감수하고 드라마를 계속 보느냐, 드라마로 속풀이 할 일 없이 재미나게 세상을 사느냐, 아줌마인 나에겐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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