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이 그저 그런 학생이라면 대학에 진학하기보다 플러머(배관수리공)가 되는 게 현명한 선택이다”라고 뉴욕 시장 블룸버그가 최근 라디오 토크쇼에서 피력했다. 매년 치솟는 대학 등록금과 높은 실업률을 볼 때, 딱히 수입 없이 일 년에 4~5만달러를 학자금으로 낭비하고 졸업 후 빚더미에 깔리는 것보다, 항상 일거리가 있는 플러머로 나서는 게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다.
대학 진학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는 한인 학생이 블룸버그의 충고를 들었다면 “나를 어떻게 보고…”라며 발끈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발언을 독자반응 비평(Reader response criticism: 책을 읽을 때 저자의 텍스트에 암시되어 있는 부분을 독자가 상상력과 창의력을 동원하여 나름대로 자신의 환경에 맞게 반응, 해석하는 방법)의 관점에서 해석해본다면 오히려 고맙게 느껴야 할 것이다.
블룸버그의 ‘배관수리공’을 심볼로 해석해보자. 막힌 화장실 변기를 뚫어보려고 해프닝을 벌인 적이 있었다. 뜨거운 물을 붓고, 플런저로 이리저리 휘저어 보고, 급기야는 마켓에 가서 변기 뚫는 약을 구입해서 부어보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두병, 세병을 부어도 감감 무소식. 결국 플러머를 불렀고, “변기가 문제가 아니라 집 밖의 하수도로 나가는 배관이 막혔다”라는 문제점을 찾아, 땅까지 파내는 공사 끝에 해결되었다. 플러머는 반나절 이상 막힌 나의 삶을 뚫어준 고마운 사람이다. 즉, “배관수리공이 되라”는 “문제 해결사가 되라”는 조언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어느 구석을 들쳐보아도 인간 세계는 문제로 점철되어 있다. 그렇다면, 개인 각자가 존재하는 이유는 문제 해결을 위함이 아닐까. 실제로, 대학, 기업, 공공기관, 어떤 조직을 막론하고 두가지 기본기를 지닌 인재를 찾는다. 소통능력과 문제해결 능력이다. 일일이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가 문제점을 찾아내고, 냉철한 판단력과 창의적인 상상력을 동원하여 그것을 해결하는 인재를 원하는 것이다. 문제해결 능력이 안 보인다면 선택되지도 않을 뿐더러, 뽑혔다 하더라고 조직에 해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에는 “변기가 어디서 어떻게 막혔을까”라는 해결해야 하는 문제(problem)와 “지금까지 해온 방식보다 다른 더 좋은 방법은 없을까”라는 고민해야 하는 문제(question) 두가지가 있다. 요즘, 긍정적인 고민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보며 일찍이 문제해결을 경험하는 청소년들이 늘고 있다.
텍사스 주 갈베스톤에 거주하는 로빈슨이라는 소녀는 평소에 수영, 낚시를 즐겼다. 근처 바닷가에 갈 때마다 조개, 불가사리, 해초를 보고 그림 그리기도 즐겼다. 그런데, 신고 있는 쪼리가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비싸기만 하고 예쁘지도 않고...그렇다면, 싸지만 견고하고 예쁜 쪼리를 내가 한번 만들어 볼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 아이디어는 쪼리에 바다 생물을 그려 넣는 디자인으로 발전했고, 쪼리를 만들 때 마다 작은 소매점에 내다 팔기 시작했다. 아빠도 적극적으로 도왔다. 초기에는 바이어들로 부터 수많은 거절을 당했지만, 신발 트레이드 쇼를 돌며 “견고하고 저렴하며 청소년이 좋아하는 디자인의 제품”으로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다. 지난 한 해 동안 노스트롬 백화점을 포함한 전국의 주요 신발 매장에서 그녀의 쪼리(상품명: Fish Flops)는 6만 켤레나 판매되었다. 로빈슨은 올해 15세가 되는 소녀다.
“트레이드 전시장을 돌며 고객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화술도 좋아져 이제는 학교 수업시간에도 쉽게 말이 터진다”라고 웃는 로빈슨은 아직도 해결해야 하는 가장 어려운 문제가 있다고 고백했다. “쪼리 바이어가 구입 결정을 하는데 까지 기다리는 것을 못참겠다”는 것이다. 자신의 취미와 문제의식을 융합한 경험을 바탕으로 분명코 그녀는 해결책을 찾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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