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여년 소매점을 운영하면서 기억에 남는 사건들이 많았지만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은 두고두고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을 것 같다. 밑반찬 용기 24개를 구입한 젊은 여자손님이 이튿날 용기 48개를 반납하러 온 것이었다.
자신은 24개만 값만 지불했는데 집에 가서 보니 72개가 들어있더라, 그러니 돈을 내지 않은 48개를 반납하러 왔다는 설명이었다. 상황을 확인해보니 그 손님은 한 상자에 3개씩 들어 있는 용기 24개를 원했는데 직원이 착오로 상자 24개를 내어 드렸던 것이었다.
자초지종을 알고 나니 순간적으로 가슴이 멍-해지는 감동이 북받쳐 올라왔다. 아니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이런 양심적인 손님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신문을 보면 날이면 날마다 정치인들과 고위 관리들의 비리, 횡령, 부정 그리고 개인적 스캔들이 터지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성폭력, 살인사건 등이 보도된다. 죽을 때까지 써도 다 쓰지도 못할 재산을 가진 한국의 재벌이 재산도피를 위하여 위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소식에 소시민들은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재산이라고는 달랑 29만원뿐이라는 전직 대통령의 장남도 해외구좌에 막대한 자금을 은닉한 혐의가 있어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세상은 정말 추하고 살맛 안 난다 싶은 생각이 들던 참이었다.
그러나 세상에는 그러한 비양심적이고 불법행위를 일삼는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닌가 보다. 돈을 내지 않은 물건이라고 일부러 구입처로 가져오는 양심적인 손님이 있듯이 세상에는 아직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어서 살기 좋은 곳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요즘 세상은 정말 살맛 안 나네’ 하고 한동안 부정적이던 나에게 세상은 아직 살만하고 아름답다고 훈훈한 믿음을 갖게 해준 그 손님께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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