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3일 밤, 북한의 일방적인 ‘정전협정 폐기’와 ‘전시상태’ 선언으로 남북한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탈북자 이혁철 씨(28)가 연평도에서 어선을 절취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월북했다. 선주가 북으로 향하는 이 씨에게 휴대전화로 돌아올 것을 종용하자 “개새끼, 있을 때 잘하지 그랬냐”고 욕설을 하며 그대로 도주했다고 한다.
그 후 이 씨는 북한 방송에 출연해 남한 체류 기간에 겪었던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전한다. 탈북자에 대한 남한의 사회적 편견과 냉대가 어쩌면 그로 하여금 죽음을 무릅쓰고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게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가 떠나면서 남긴 “있을 때 잘하지”란 말이 유독 긴 여운으로 남는 것은 왜일까. 지난 2007년 3월 목숨 걸고 탈북한 뒤 네 차례나 탈북과 재입북을 거듭하며 방황할 수밖에 없었던 그를 마냥 비난만 할 수 없는 이유는 단순히 물보다 진한 동족의 피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지난달 5.18 광주민중항쟁 33주년을 맞아 자칭 북한군 특수부대 출신으로 1980년 5.18 당시 광주에 남파됐다는 탈북자 임 모씨와 김 모씨가 각각 종편채널에 출연해 “5.18은 민주화운동이 아니라 북한 특수부대의 사주와 개입에 따른 폭동으로, 5.18 당시 600명 대대 규모의 북한군 특수부대가 광주에 침투해 전남도청을 장악했고 이를 계엄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주장해 엄청난 사회적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대대 규모의 북한군 병력이 광주에 침투했다”는 임 모씨의 주장도 황당하지만, “5월 21일 밤 부대원과 정찰부대, 남한전문가 등 50명과 함께 북한 황해도 장연군을 떠나 서해안에 도착했고, 밤길을 걸어 23일 오전 광주에 들어갔다”는 김 모씨의 주장엔 더욱 할 말을 잃게 된다.
당시는 비상계엄 하에 전국 해안과 항만이 철저히 봉쇄 됐고 공중 감시도 정밀했을 뿐더러 2만여 명의 계엄군이 광주를 철통같이 에워싸고 있었는데 유령같이 침투했다니 소설이 따로 없다. 5.18 당시 광주에 들어가 현장을 직접 취재한 대표적 극우 언론인 조갑제 씨조차도 “북한군으로 의심 가는 시신은 단 하나도 발견된 게 없다”며 북한군 개입설을 일축했고 국방부도 부인하지 않았던가.
지금 남한에 거주하는 약 2만5,000명의 선량한 탈북자들 중에는 북한의 지령을 받고 위장 탈북한 자들이 섞여 있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예컨대 종편에 출연해 북한군 개입설 같은 유언비어를 퍼뜨려 남남갈등을 부추겨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등의 이적행위를 일삼는 정체불명의 일부 탈북자들이야말로 바로 그런 자들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해 흔한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낯선 자들이 난데없이 나타나 5.18을 왜곡하고 조롱하는 것은 희생자와 유족들을 능멸하는 패륜행위이자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모독하는 망동으로 그런 자들은 대한민국에서 자유와 인권을 누리며 살 자격이 없다.
마침 북한 보위부에 ‘탈북자 귀환 공작팀’이 신설됐다고 한다. 북한으로 재입북하는 탈북자에게는 평양시 거주, 아파트 제공, 김정은의 선물 등의 특혜 조건을 내걸었다고 하니, 이참에 표현의 자유를 빙자해 세치 혀로 혹세무민이나 일삼는 위장 탈북자들을 가려내어 북한으로 되돌려 보내는 것은 어떨까. 그들이 살아야 할 곳은 서울이 아니라 평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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