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에 상영된 영화 ‘레인맨’은 유타 주에 거주하는 킴 픽이라는 실제 인물을 소재로 하고 있다. 픽은 시간당 1,000 페이지를 읽어내고, 읽은 책 속의 모든 단어를 기억한다. 평생 읽은 1만2,000권 책 내용을 모두 기억하기까지 한다. 메이저리그 야구 역사를 물어보면 누가 어느 구장에서 안타, 홈런을 몇 개 치고, 어느 투수가 삼진을 몇 개나 잡았는지를 줄줄이 꿰어낸다. 픽은 노트가 필요 없는 초인이다.
그런 초인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는 노트가 필요하다. 강의를 듣고 20분이 지나면 내용 50%를 잊어먹고, 하루가 지나면 60%, 이틀이 지나면 70%, 두 달이 지나면 80%를 까먹는다. 노트 습관이 없는 학생은 “어차피 나중에 다시 들여다보지도 않을 거라서…”라며 적지 않는 이유를 내세운다.
UC버클리 연구논문에 따르면, 같은 수업에서 A와 D를 받는 학생의 차이는 지능지수에 있지 않고 노트에 달려있다. 즉, 성적이 좋은 학생일수록 노트 정리가 잘되어 있다. 나아가, 나중에 리뷰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노트하는 행위 자체가 배운 것을 기억하는데 도움이 된다. 무엇인가 적을 때 두뇌가 자극되기 때문이다.
강의실에서뿐만 아니라 평소에 메모하는 습관은 성취와 직결되어 있다. 마크 트웨인은 21세가 되던 해 새 노트를 구입했다. “미시시피 강을 오르내리는 스팀 보트에서 근무하며 선장이 되고 싶다면 방법은 한 가지 뿐이다. 노트를 항상 지니고 다녀라”는 선생님의 조언을 따른 것이다. 트웨인은 보트에서 일하며 만난 사람들로 부터 보고 들은 것을 일일이 기록하고, 그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노트에 적었다. 강을 따라 변하는 주변의 환경도 자세히 기록했다. 후에, 소설가로서 재치 있는 문장으로 명성을 얻게 된 비결을 트웨인은 “나의 노트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중퇴자에서 뉴스 앵커로 변신한 피터 제닝스도 항상 노트를 끼고 다녔다. 다른 리포터들도 노트를 가지고 다녔지만 제닝스가 그들과 달랐던 점은 모든 것을 상세히 적는 것이었다. 그의 동료 중 한명이 제닝스의 노트 습관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가 함께 쿠바의 경제 상태를 취재하러 갔을 때 TV 화면을 위해 사탕수수밭 배경이 필요했다. 모두가 당황하고 있을 때, 제닝스가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메모지를 꺼내더니 ‘여기서 1마일 정도 가면 왼쪽에 교회가 있다. 교회의 왼쪽 모서리를 끼고돌아 뒷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사탕수수밭이 있다’라고 말했다.”찰스 다윈은 어렸을 때 부터 손바닥만한 노트에 일기를 쓰는 버릇을 가졌다. 그 버릇은 후에 그가 비글호를 타고 항해를 하며 관찰, 발견한 것을 끊임없이 기록하는 것으로 연결되었다. 다윈의 진화론은 순간적으로 떠오른 이론이 아니다. 평소에 기록해둔 수없는 노트를 비교, 검토하며 예전에 가졌던 아이디어와 현재 새롭게 떠오는 아이디어가 서로 부딪쳐서 연결되는 고리점을 찾아내는 과정을 거친 후 형성된 이론이다.
적자생존의 골자는 “지능이 뛰어나거나 힘센 것이 아니라 적응하는 생물이 살아 남는다”에 있다. 현재 구글이 우리에게 선물한 것은 정보 쓰나미다. 그곳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 지식, 아이디어를 가려내어, 축적/관리/사용하는 것이다. 그것이 노트 없이 가능할까.
노트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길 수 있다. 그래서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 습관이다. “아뿔사! 분명히 조금 전에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랐는데 뭐였더라”를 경험 해보았다면 지금 당장 노트를 잡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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