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삶을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만날 때가 있다. 살다가 지쳤을 때, 나는 ‘인간극장’이나 ‘현장르포 동행’ 또는 ‘생활의 달인’ 같은 프로그램들을 본다. 특히 ‘현장르포 동행’에 소개되는 사람들의 삶은 참 퍽퍽하다. 경쟁사회의 주변부로 밀려난 사람들이 그야말로 아등바등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갑자기 닥친 불행으로 빚이 생기고, 결국 전세에서 월세로 그마저도 안되면 여관방과 찜질방까지 전전하게 되는 딱한 사연이 너무도 많다. 불행은 많은 사람들의 심성까지도 일그러뜨리곤 한다. 더구나 유년기, 청소년기에 닥친 불행은 아이들의 마음속에 상처를 만들고 오랫동안 그들의 인생에 그림자를 남긴다. 그런데 가끔은 어른도 감당하지 못해 무너지는 어려운 상황에서 정말 꿋꿋하게 가족을 돌보면서 자신을 추스르는 아이들이 있다.
얼마 전 한 프로그램에서 엄마는 8년 전 집을 나가고 아빠는 허리수술 후유증으로 생활능력을 잃어 알코올 중독이 돼버린 가정의 삼남매 이야기가 소개된 적이 있다. 고등학생인 큰아들과 중학생인 막내아들이 컨테이너를 고쳐서 만든 집에서 아빠와 함께 살고 있었고 모범생이었던 큰딸은 아빠와의 불화로 도시로 나가서 따로 살고 있었다. 큰아들은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를 밉다는 소리 한 번 안 하고 챙기고 학교 방과 후에는 근처 농가의 농사일을 도와 생활비를 벌어서 살림에 보탰다.
이런 아이들, 아니 이런 사람들은 나를 숙연케 만든다. 불행 속에 파묻히지 않고 꿋꿋하게 사람의 도리를 하면서 살아가는, 정말 사람 같은 사람이다. 그래서 이 아이들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이 사회 어딘가에서 불을 밝히고 우리가 길을 잃지 않게 도와줄 것이기에. 나이 마흔에 다시 생각해 본다. 난 이 아이들처럼 품격 있게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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