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CK,"교회 재정 사용 공공성 높여야" 공청회
돈에 관한 부조리는 교회 세습과 함께 한국 기독교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대표적 문제점으로 꼽힌다.
종교단체의 특수성 때문이라고는 하나 교회의 재정이 투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쓰임새도 소외된 이웃보다 교회의 운영•유지에 대부분을 지출하면서 생겨난 문제들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4일 서울 기독교회관에서 ‘한국교회와 재정 투명성’을 주제로 공청회를 열었다. 재정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교회의 재무제표 작성과 회계처리 기준을 만들려는 노력의 하나다. 정재영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발제를 통해 교회 재정의 투명한 운영과 재정 사용의 공공성을 강조했다.
정 교수는 "교회가 성역이라는 이유로 중요한 결정을 소수가 은밀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도덕 공동체인 교회의 재정은 토론과 의사 결정에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평신도들이 교회 재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헌금을 내면서도 그 사용에 관여하는 것은 제도적으로 배제된 현실을 얘기한 것이다. 특정 권한이 소수에게 집중된 집단은 공동체라 말할 수 없다고 그는 꼬집었다. 정 교수는 "한국교회에서는 본래 목적과 사명을 위해서보다는 조직 자체의 유지를 위해 재정을 사용하는 ‘목적 전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재정 지출내역을 보면 교회 자체의 유지와 양적 성장에 치중하는 주객전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헌금’ 대신에 ‘연보(捐補)라는 말이 많이 쓰였던 점을 상기시킨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연보’는 자기의 재물을 덜어 남을 도와준다는 뜻이다. 헌금이 원래는 교회의 필요나 종교적 목적으로만 바쳐진 것이라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돕기 위해 돈을 냈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외부감사 제도를 도입하고 교회별 정관을 마련해 재정 투명성을 높여야 하며, 재정 지출의 공공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는 "교회가 초월적 세계를 지향하지만 사람들의 모임이어서 운영에서도 인간세계의 문제를 그대로 지닐 수 밖에 없다"며 "거룩함과 엄숙주의로 가리려 할수록 위선 속의 부패는 더욱 커진다"고 진단했다. 이어 "돈 문제는 성적 문란이나 폭력 문제보다 비도덕성을 체감하기 쉽지 않다. 독버섯처럼 자라서 손을 쓸 수 없을 때에 가서야 큰 분규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투명한 재정을 위해선 견제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상호 견제 시스템은 불신이 아니라 신뢰와 신앙을 도모하는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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