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일어난 아시아나 항공 214편(보잉777) 여객기의 착륙사고 경위는 집중 보도를 통해 대부분 밝혀졌다. 보도를 종합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사고가 난 샌프란시스코 공항은 LA 공항과 더불어 미국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대표적 관문이고 나날이 늘어나는 엄청난 여객 수요를 감당하고 있다. 실제로 이 비행구역에 들어가 보면 베테랑 조종사들도 정신을 못 차릴 만큼 바쁘고 빠른 교신에 판단력을 잃을 정도다. 관제탑에서 활주로 28L을 준 것은 너무나 많은 이착륙 비행기들이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해할 만하다. 또 각종 계기가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시계비행을 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조종사가 직접 보면서 확인하는 시계비행이 계기가 지시하는 계기비행보다 확실하기 때문이다. 활주로 배정은 그 당시의 풍향과 활주로 길이와 이착륙 기종에 따라 관제사가 즉각 정하게 돼 있다. 만일 착륙 속도가 빠른 기종에 짧은 활주로를 주면 조종사는 위험을 느끼고 곧 다른 활주로를 요청해야 한다. 이 경우 착륙 단계로 비행하던 조종사는 즉시 회항을 요청하고 관제사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관제사는 회항 요청을 받는 즉시 다른 이착륙기와의 충돌 가능성을 검토한 뒤 안전한 방향과 고도로 비행지시를 내려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이 몇 초 안에 이뤄져야 하는 긴박한 과정이다. 이런 경우를 동시에 수십대 관리하려면 관제사는 엄청난 위험을 느끼고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조종사도 마찬가지다. 객석에 앉은 300여명의 생명에 대한 책임을 맡고 있는 것이다. 미국 언론은 이 777기종의 비행시간이 43시간밖에 안 되는 조종사에게 기장 자격을 부여한 점을 집중보도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착륙 과정은 경험이 짧은 부기장에게 맡기고 기장은 전반적인 검토와 지시만 내리는 것이 관례인데 이번 경우는 반대로 비행시간이 43시간인 조종사가 기장이 됐고 그 기종에 훨씬 경험이 많은 조종사가 부기장이 됐기 때문에 명령체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사고의 진상 조사를 위해 한국에서 조사관 6명을 보냈으니 곧 원인을 면밀하게 밝혀내리라 믿는다. 조사는 엔진 운항 기체별로 나눠 한미 합동으로 이행한다고 하지만 사고 지점이 미국이고 항공기 제작사 역시 미국이니만큼 한국 조사관의 임무는 그저 옵서버에 지나지 않으리라 걱정된다. 사고의 가장 치명적인 부분으로 활주로 28L에 계기가 하나라도 작동됐으면 그처럼 낮은 고도로 접근하지 않았다고 믿는다. 또 고도계를 포함한 계기가 고장일 수도 있었다. ‘자신을 믿지 말고 계기를 믿으라’는 계기 비행의 철칙대로 날았다면 왜 그렇게 낮은 고도로 접근했는지 설명이 된다. 엔진 역시 3만피트 상공의 낮은 온도에서 연료가 굳어 주입이 안 됐다가 낮은 고도로 내려오면서 높아진 온도로 50%까지 출력이 왔는지도 알 수 없다. 미국 언론이 제기하는 조종사 자격 문제는 근거가 희박하다고 본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부터 면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아시아나 항공 측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안전관리에 더욱 중점을 둬야 하겠다. 큰 사고이니만큼 더 큰 용기를 갖고 사고 처리에 충실하기를 격려해본다. 오늘의 영광이 있기까지 무수한 시행착오와 불운의 사고를 겪지 않은 경우는 없었다. 아시아나 항공에게 조종사와 승무원들은 엄청나게 중요한 자산이다. 사고를 당한 조종사와 승무원을 교육직으로 유용하게 활용, 최고 안전 항공사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안전 항공은 뼈아픈 경험과 투철한 노력을 요구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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