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한때 기자 생활을 하기도 한 청년은 28세에 도끼 한자루를 들고 메사추세스 콩코드 강가 옆의 숲 속으로 들어갑니다. 그는 월든이라는 호숫가 옆에 손수 오두막 한채를 짓고 2년 2개월을 자연속에서 자급 자족으로 살아갑니다. 그의 이름은 헨리 데이빗 소로우…지난 주 원불교 서부교구의 몇몇 교무님들과 보스턴 교당을 방문하였습니다.

덥고 습한 동부의 한여름 날씨와 뉴욕에서 보스턴까지의 운전으로 밀려오는 피로를 무릎쓰고 기어이 월든 호수를 방문해야 한다고 우긴것은 ‘내가 숲속으로 들어간 것은 내 인생을 오로지 내 뜻대로 살아보기 위해서 였다.’ 라고 말했던 소로우를 너무나 동경하던 소싯적이 생각나서 였습니다. 책을 읽을때 마다 상상하던 월든호수를 직접 보게 되다니!!! 초행길이라 가는 길을 찾지 못하여 몇차례를 헤매었지만 그정도야 가뿐하게 견딜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호수가 보이기 시작하고 내가 어쨌든 저 호수에 발이라도 적시리라 생각하며 차에서 내리려는 찰나, 오늘은 공원이 만원이니 오후 4시 이후에 다시 오라며 아예 정차도 못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다음날 보스턴을 떠나야 하는데 4시에 이곳으로 다시오다니요..나는 오후 네시에 월든에서 존재할 수 없어요!!! 나는 오후 네시에 있어야 할 곳이 이미 정해져 있답니다.

몇달 전부터 준비한 월든호수를 방문하는 계획은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 하다못해 월든이라는 간판아래 사진 한장도 찍지 못하고, 엉뚱하게 생각지도 않던 퀸시 마켓이라는 곳으로 가서 길거리 공연을 보고 서있게 되었습니다. 소나기가 쏟아지는 바람에 그나마 공연조차도 볼 수가 없어서 근처 스타벅스에 둘러 앉아 비구경을 하며 실컷 수다를 풀었습니다. 살아가는 일은 가끔 참 엉뚱합니다. 월든을 꿈꾸었으나 스타벅스에서 마무리되는 반전 말입니다. 이런 엉뚱한 반전은 나의 치밀한 계획과 달리, 인생 자체의 불확실함과 불안정에서 옵니다. 어떤 위대한 계획 세웠다 하여도 미래는 알수 없으니 실행해보기 전까지는 모든 위대한 계획은 그저 미지수일 뿐입니다. 계획은 실제 실행하는 당시의 상황을 만나 더 꽃을 피우기도 또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합니다.

인생은 이러한 불확실함과 불안정으로 인해 더 다이나믹하고 무한한 변수를 지닌 유기체가 됩니다. 미지수이기 때문에 나의 역할로 인해서 어떤식으로 어떻게 더 달라질지 그것도 알 수 없는 것입니다.우리 삶의 어느것도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모든 것이 머무르지 않고 변하는 데에서 오는 삶의 불확실함과 불안정은 우리가 평생을 동거해야 하는 우리 삶의 길동무입니다. 삶은 결코 안정적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불안정한 것이 인생의 본질입니다. 변화가 인생의 본질이라는 뜻입니다. 이 예측가능하지 않은 삶을 마주대하는 우리 자세가 두려움이라면 끊임없이 변화하는 삶, 통제 불가능한 인생은 온통 불안의 연속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 다이나믹한 변화를 일상의 원리로 수용한다면 삶은 참으로 미스테리하고 다이나믹하며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하나의 신비로운 가능성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 삶이 만일 안정적이고 정해져 있다면, 아무런 파도도 움직임도 없이 고요하다면 그 삶은 더 이상 살아있는 삶이 아니지요. 꽃도 흔들리며 피는 법이고, 기암절벽도 수없는 비바람에 깍여 그림같은 절경을 이룬것이듯 우리 삶도 불안정한 변화와 변수, 반전과 반전속에 스토리를 만들며 성장하는게 아닌가 싶어집니다. 불안정, 그것은 삶의 동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