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한국을 방문했을 때 놀란 일이 있었다. 시골 밭에서 일하는 아낙네들도 다 귀걸이를 달고 일하는 것이었다. 그 후 외래어들이 세계화 시대를 틈타 물밀듯이 들이 다쳤다. 옛날에는 외래어를 한국어로 변환시키는 노력이 지배적이었는데 요즘은 외래어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TV 드라마에서도 ‘쿨(cool) 하다’는 말을 그대로 쓰고 있으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일본어는 자음과 모음을 합성한 50 음절을 가지고 발음을 한다. 그러니 외국어를 발음하려면 상당한 제한을 받는다. 하지만 한국어에는 받침까지 있으니, 자음과 모음을 합성한 후 다시 자음을 받침으로 사용하므로 외래어 발음이 용이하다.
김찬삼 교수의 세계 무전여행 이후, 세상에서 배달민족이 발 디디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한국어의 영향력은 커져 가는데, 정작 한국 내의 언론들은 외래어에 묻혀있다. 굳이 한국말로 번역해서 사용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외국어라도 원어에 가깝도록 표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난 7월 6일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아시아나 항공기의 착륙사고가 발생했을 때 많은 미국의 언론들은 ‘초 저고도 (Way Too Low)’라는 제목을 달았었다. 이 사고의 부산물로, 영어 발음에 관한 인종차별적인 보도가 있었다. 파일럿의 가상 이름들이 폭스사의 샌프란시스코 지역 방송국인 KTVU에서 방송되었다.
2명씩 2교대인 총 네명의 파일럿 이름들이 방송되었는데 우선 기장은 ‘섬 팅 웡’. ‘Something wrong(뭔가 잘못되었다)’는 말을 혀가 짧은 동양인들을 비하해서 사용한 것이다.
영어의 ‘th’ 발음을 어떤 한인은 ‘ㄸ’로, 어떤 한인은 ‘ㅆ’로 발음하는 것을 잘 아는 방송국 컨설턴트에 의해 조작된 엉터리 이름에 기인한 것이었다. 게다가 설단음인 ‘L’과 설측음인 ‘R’을 정확히 구분 못하는 우리 한인들을 바보 취급하는 소리였다.
또 다른 파일럿의 이름을 ‘초 저고도’라는 영어 발음을 잘 못하는 동양인을 비하하려고 ‘Wi Tu Lo’라고 기재했다. 이 보도는 우리 한인들을 격분시키기에 충분했었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인 한국이 이제 한글의 우수성과 한인들도 영어발음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때가 되었다. 그런 맥락에서 한글학회에 새로운 중자음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첫째로 영어의 ‘F’ 발음이다. 이 자음은 ‘ㅍ’에 가깝기도 하고 ‘ㅎ’에 가깝기도 하니, ‘ㅍㅎ’ 으로 쓰면 될 것이다. 다음은 ‘V’로서 ‘ㅂㅎ’으로 쓰면 된다. 또, ‘th’는 ‘ㅅㅌ’으로 쓰자.
설단음인 ‘L’ 은 쌍 리을, 즉 ‘ㄹㄹ’로 써서 영어의 ‘headline’을 ‘헤드라인’ 이라기보다는 ‘헤들라인’으로 발음하게 하자. 설측음인 ‘R’은 리을 위에 점이라도 찍어서 쓰고 발음은 혀끝을 입천장에 닿게 하면 된다.
또 하나 건의하고 싶은 사항은 연음과 절음 법칙이다. 배구의 그물은 네트(net)라고 하면서, 인터넷(internet)이라고 쓰는 모순은 고치자. 받침 시옷이 대표소리인 디귿으로 발음되어 이상이 없을 법하지만, 모음이 연결되면 시옷은 시옷으로 밖에 발음되지 않는다. ‘인터넷이 안 된다’와 같은 예이다.
그리고 외래어 표현도 통일이 되지 않았다. 어떤 신문은 스탠포드 대학이라고 하고, 다른 신문들은 스탠퍼드 대학이라고 한다. 기자들 마음대로이고, 신문사 마음대로이다.
우리 어릴 때에는 ‘먹습니다’ 라고 쓰고는 ‘먹습니다’라고 발음했었다. 이제 그것도 바뀌었으니 다시 한번 세계화 시대에 또 다른 변화를 시도하자. 아시아나 항공기 착륙사고를 통해 한글학회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시기임을 상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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