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김 뿜어져 나오는 거리에서도, 누렇게 타들어가는 산등성이에서도, 헐떡이는 꽃들로 지쳐가는 꽃밭에서도, 그 어디에 눈을 돌려도 지금은 여름이라는 거친 산의 가장 깊은 골짜기를 지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하고 있다. 갖가지 꽃들이 하나 둘 다투어 피어나고, 피어나던 것보다 더 빨리 떨어져 아쉬운 여운만 남기며 그렇게 서둘러 봄은 갔다.
오고 가는 계절을 마중하고 배웅하는 마음은 아랑곳도 없이 새로운 계절과 마주보며 손잡는 꼴이 되고만다. 그렇게 잡은 손에 이끌려 한 걸음 떼고 보니 어느새 여름의 한 가운데에서 뜨거운 열기에 허덕이고 있다. 연한 초록빛으로 촉촉하던 봄부터 메마른 뜨거운 여름에 이르도록 녹녹하지 않은 일상을 꾸려가는 우리네 삶은 잠시도 쉼없이 이어진다. 더구나 무더운 여름날에는 의욕은 쉽게 탕진되고 지친 몸은 내일로 가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쉼이 필요할 때가 바로 이 때일 것이다. 휴가라는 게 그런건 아닐까? 단잠 푹 자고나면 하루를 씩씩하게 다시 시작할 힘을 솟게 하듯이 잠시 일상을 내려놓은 채 단꿈을 꾸는 단잠을 자려하는 것, 깊은 단잠에서 깨어난 풋풋한 마음이 되어 일상에서 치뤄내야 할 일들을 넉넉히 견뎌낼 힘을 만들어주는 것은 아닐까! 바다면 어떻고 산이면 또 어떠랴.
하늘까지 하얀 빛으로 빼곡히 들어차는 눈부신 바다로 가면 파도소리는 지친 마음에 휘파람소리를 들려줄 것이고 그늘진 나무숲은 너무도 넓어서 이고 지고 가던 우리네 삶의 버거운 짐을 풀어놓기에는 한없이 넓고 평안하다. 피곤한 일상은 파도가 몰려와 실어가버리고 도시의 복잡한 다툼은 나무 그늘 짙은 숲에서는 숨어들고만다. 일년간 제자리를 지키기 위해 가쁜 숨 몰아쉬며 일궈내야만 했던 일들로 수없이 지새웠던 불면의 날들을 황금모래로 자리 펴고 무늬진 구름으로 이불 덮어서 단꿈을 꾸며 깊게 드는 잠으로의 여름휴가. 사랑하는 가족의 손을 잡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얼굴을 마주보며 출렁이는 바다물결의 한없이 너그러운 파도소리를 들으러 가자. 땀냄새조차 기꺼워하며 친구와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하늘과 맞닿은 정상을 즐겨보자. 나도 떠나자. 파도소리가 들리고 소금냄새 짙게 배인 바람이 부는 곳으로 지친 여름을 잠재우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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