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술을 일컫는 인술은 사람을 살리는 어진 기술이라는 뜻이다. 의사가 돈 잘 버는 안정된 직업의 대명사가 되고, 의사에 대한 환자의 불신이 깊어진 요즘 인술이라는 말이 생경하게 들리는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이런 시대에 진정한 의사의 길을 묵묵히 걷고 계신 의사 선생님 한 분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는 내 친구의 남편이다. 친구가 처음 그를 묘사했을 때 “생긴 건 ‘제8요일’이고 말하는 건 ‘포레스트 검프’야”라고 해서 우리는 모두 웃음을 터뜨렸었다. 하지만 그를 만나 얘기를 나눠본 후 그의 소년 같은 순수함과 인간적인 매력에 금세 매료되고 말았다.
그는 서울의 한 동네에서 23년째 치과의사로 일하고 있다. 내가 그를 훌륭한 의사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의 진료철학에 있다. 그는 불필요한 치료나 소위 돈이 되는 시술을 환자의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절대 하지 않는다. 세속적 관점에서 본다면, 돈은 안 되고 힘은 많이 드는 일만 하고 계신 것이다. 그의 병원에는 ‘어느 아일랜드 신부님 이야기’로 시작하는 의사 10계명이 걸려 있다. 내용의 일부는 이렇다.
▲치료가 잘되면 잘난 척하지 말라. 하느님께서 도와주신 줄 알아라. ▲지위고하, 빈부에 상관없이 모든 환자를 귀하게 대하라. 권위주의를 버려라. ▲돈 욕심에 과잉진료 하지 마라. 당장은 좋겠지만, 나중에 아주 큰 벌 받는다. ▲항상 원칙을 지키고,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살리는 의사가 되어라. ▲환자들 생로병사의 고통을 네 영혼 속에 담아내어라. 고통은 인간의 가장 순결한 감정이다. ▲고생시키면서 적게 주신다고 하느님께 불평하지 마라. 너의 그릇은 천천히 채워질 것이다. ▲모든 불만을 다 받아들이고 끝까지 책임져라.
천주교 신부가 되는 것이 어떻겠냐는 어느 아일랜드 출신 신부님의 권유를 받아들이지 못한 것에 대해 평생 양심의 고통을 느끼며 살고 있다는 그는 다음과 같은 글로 의사 10계명을 마무리하고 있다. ‘만약 우리 병원에서 조금 좋은 진료를 받았다고 생각하시면 그 신부님과 그분의 조국 아일랜드에 고마운 마음을 조금 가져주시기 바랍니다.’환자의 고통을 자신의 영혼 속에 담고자 노력하는 의사라면 세상의 어느 꽃보다도 아름답고 향기롭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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