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땅에서, 새로운 문화 속에서, 유학생의 아내로 생활하면서 많이 생각하게 된 단어가 외로움과 고독이다. 이런 상황이 아닐지라도 이 두 단어를 현대인이라면 한번쯤은 생각해보았을 것이다. 몇 개월 전, 어느 날 밤 남편 공부방에 혼자 앉아 책장에 꽂혀 있는 한권의 책을 꺼내 읽었다.
‘영원한 지금’이란 제목의 책이었다. 꺼내들어 읽기 시작한 책의 1장 제목 ‘외로움과 고독’은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미국에 와서 아이들 돌보고 남편 뒷바라지하느라 신학책 한권 제대로 읽을 여유 없이 늘 바쁜 생활이지만 언제나 허전하고 외로움으로 가득 찬 나에게 20세기의 위대한 신학자 폴 틸리히는 삶에 대한 새로운 태도를 제시해주었다.
외로움(loneliness)은 홀로 있음의 고통이며 고독(solitude)은 홀로 있음의 영광이라는 그의 표현은 내 몸 깊숙이 전율을 느끼게 했다. 그 이후 외롭다는 생각이 들 때면, 그때 읽은 글을 기억하며 홀로 있음을 즐기려 노력해왔다.
며칠 전 요세미티 산불 뉴스를 보고 있는데 고독을 즐기는 사람들이라는 단어가 머리속에 떠올랐다. 불타가는 울창한 나무들 사이에서 화염과 싸움하는 소방관들, 그들은 얼마나 고독할까? 홀로 떨어져 있어 외롭고 쓸쓸하지만 자기의 부름 앞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그들이 진정한 고독을 즐기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영원한 지금을 산다는 것은, 홀로 있어 아파하고 슬퍼하는 고통스러운 삶이 아니라 홀로 있음을 영광으로 느끼며 자신의 부름을 기억하고 내면을 돌아보며 살아가는, 고독을 즐기는 삶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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