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현진 벼르던 PO 데뷔전서 시즌 최악투구 중압감 아니면 부상?…부진 원인 미스터리
류현진은 기대했던 첫 빅리그 플레이오프 선발출격에서 엄청난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시즌 가장 짧은 등판(3이닝)을 기록하고 말았다.
지나치게 긴장한 것이 유일한 이유였을까.
LA 다저스의 류현진이 단 3이닝밖에 던지지 못하는 시즌 최악의 투구내용을 보이며 빅리그 포스트시즌 데뷔전을 아쉽게 마쳤다. 팀 타선이 홈런 2방 등 장단 14안타를 터뜨리며 구단 역사상 플레이오프 최다득점 타이기록인 13점을 뽑아준 데 힘입어 시리즈의 고비인 3차전을 승리했기에 그나마 다행이었으나 그토록 고대했던 플레이오프 무대에서 빅리그 진출 후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인 아쉬움을 다 지울 수는 없었다.
이날 3회말 대타 마이클 영과 교체돼 경기에서 물러난 류현진은 첫 포스트시즌 출격에서 3이닝동안 6안타와 포볼 1개로 4실점해 포스트시즌 방어율 12.00이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말았다. 3이닝밖에 못 던지고 물러난 것은 미국에 온 뒤 단연 커리어 최악. 올해 30차례 정규시즌 선발등판에서 류현진은 첫 29번의 등판에서 22회나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던지며 3자책점 이하 투구)를 기록하며 모두 5이닝 이상 투구를 했다. 30번째이자 마지막 등판에서 4이닝을 던진 뒤 물러났으나 그것은 투구내용과 관계없이 플레이오프 등판을 앞두고 투구수 조절차원의 교체였다. 결국 부진한 내용으로 초반 강판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상대인 브레이브스를 상대로는 두 차례 등판, 승패없이 방어율 2.13의 좋은 기록을 남겼고 홈구장인 다저스테디엄에서 방어율도 2.32로 뛰어났기에 이날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이처럼 부진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우선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설명은 너무 긴장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본인 역시 포스트게임 인터뷰에서 지나치게 긴장했던 것을 부진 이유로 꼽았다. 하지만 류현진은 올 시즌은 물론 올림픽과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등 굵직굵직한 국제무대에서 ‘강심장’으로 명성을 날려온 선수다. 베이징올림픽 결승에서 쿠바를 상대로 8⅓이닝동안 2실점 역투로 한국에 금메달을 안겨준 걸출한 승부사가 이처럼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그만큼 이날 그의 경기내용은 그런 ‘강심장’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었다. 최고구속은 시속 93마일, 평균구속은 90~91마일 정도로 공의 빠르기는 평소와 비슷했으나 볼 끝이 전혀 살아 들어오지 않았고 코너를 파고드는 제구력도 실종돼 대체로 공이 높게 들어왔다. 정규시즌동안 타자들은 류현진의 공에 많은 헛스윙을 했으나 이날은 대부분 타자들이 계속해서 그의 승부구를 파울로 걷어내며 질긴 승부를 이어가 그의 구위와 제구력이 평소 같지 않음을 말해줬다. 많은 타자들과 풀카운트 승부를 펼치는 등 고전을 거듭한 그는 3회까지 투구수가 68개에 이르러 대타와 교체되지 않았더라도 얼마 더 가지 못했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했다.
류현진의 흔들리는 모습은 마운드가 아닌 수비에서도 나왔다. 4-2로 앞선 3회 무사 만루에서 브라이언 맥캔의 1루 병살타성 타구 때 1루 커버를 들어갔으나 발로 베이스를 제대로 찍지 못해 타자주자를 살려주고 말았다. 또 이어진 1사 1, 3루에서는 크리스 잔슨의 약한 땅볼타구를 잡아 포스아웃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 무리하게 홈에 던져 타자주자까지 살려주는 등 기록되지 않은 실책 2개까지 범해 스스로 발목을 잡고 말았다.
지나친 긴장감 외에 또 다른 부진 이유로는 이날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설이다. 류현진은 지난 5일 애틀랜타 터너필드에서 갑자기 불펜투구를 했고 이 불펜투구 때 단 매팅리 감독은 물론 트레이너와 팀 닥터까지 그의 투구를 지켜본 것으로 인해 부상설이 제기됐었다. 이에 대해 류현진은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안다”면서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고 매팅리 감독 역시 “류현진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면 내보내지 않았을 것”이라며 부상설을 부인했다. 이로써 부상설은 일단 수면 밑으로 들어간 상황이나 다음 등판에서 또 다시 기대이하의 피칭을 보인다면 다시 떠오를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류현진이 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명예 회복의 기회를 얻는다면 이런 의혹을 모두 불식시켜야 한다는 또 하나의 과제를 안게 됐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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