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달 평균 환율 1,490원대
▶ 야간거래서 1,521.1원까지
▶ 2009년 금융위기 후 처음
▶ 1,600원 돌파도 시간문제

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와 환율이 표시돼 있다. 환율과 코스피는 최근 동반 하락하며 환율은 1,500원대를 훌쩍 넘어섰다. [연합]
중동발 불안이 지속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31일 야간 거래에서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20원을 넘었다. 원·달러 환율은 이미 심리 저항선인 1,500원대를 넘어 1,600원대를 향해 거침없는 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후 4시33분께 1,521.1원까지 올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지난 2009년 3월 10일(장중 최고 1,561.0원) 이후 17년여 만의 최고치다.
2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등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7일까지 평균 환율(주간거래 종가 기준)은 1,489.3원으로, 외환위기 중이던 1998년 3월(1,488.87원)을 넘어 월간 기준 역대 네 번째로 높다.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직후 환율이 급등했던 1997년 12월(1,499.38원)과 1998년 1월(1,701.53원), 2월(1,626.75원) 다음이다.
올해 들어 평균 환율은 1,464.93원으로 역시 외환위기였던 1998년 1분기(1,596.88원) 이후 가장 높다. 다만, 차이는 130원 가량 난다.
지난 주엔 환율이 한 때 1,517원을 넘길 정도로 뛰면서 평균 환율이 1,503.4원으로 집계됐다. 주간 기준 금융위기였던 2009년 3월 둘째 주(1,504.43원) 이후 17년 만에 1,500원대로 올라섰다.
이달 들어 지난 28일까지 달러 대비 원화 가치 하락 폭은 4.72%(뉴욕 종가 기준)로 주요국 중 가장 컸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같은 기간 2.6% 올랐다.
달러인덱스를 구성하는 주요 6개국 통화인 유럽연합(EU) 유로(-2.62%)와 일본 엔(-2.58%), 영국 파운드(-1.64%), 스위스 프랑(-3.72%), 캐나다 달러(-1.81%), 스웨덴 크로나(-4.68%) 모두 원화보다 하락 폭이 작았다.
아시아에서 호주 달러(-3.46%)와 대만 달러(-2.11%), 중국 역외 위안(-0.84%) 등도 원화보다 강했다.
중동 전쟁 충격에 더해 외국인들이 코스피를 두 달 연속 사상 최대 규모로 팔아치우면서 원화를 끌어내리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에서 29조8,146억원을 순매도해 사상 최대였던 지난달(21조599억원) 기록을 뛰어넘었다. 두 달간 총 순매도 규모는 50조원이 넘는다.
외국인은 지난 한 주에만 국내 주식을 13조3,164억원어치 팔아치웠다. 이 역시 주간 기준으로 종전 최대였던 지난 2월 마지막 주(11조7,889억원)를 넘어 역대 최대 규모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한국의 약한 경제 기초 체력을 단적으로 상징한다고 지적한다. 한 때 6,300선을 돌파했던 코스피 지수가 30일 5,200대까지 추락하면서 환율도 동반 추락하고 있다.
원화 약세는 한국을 방문하는 미주 한인들에게는 희소식이지만 미국에 거주하는 유학생과 주재원, 또 한국에 원화 기반 자산이 있는 미주한인들에는 악몽과도 같다.
특히 매달 달러를 송금해야 하는 기러기 아빠나 유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매일 아침 환율창을 보며 한숨을 내뱉는다. 환전 수수료를 포함하면 1달러당 1,600원에 육박하는 현실에 실질 소득이 반토막 났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최근 환율 급등은 단순한 외환시장 변동을 넘어 지정학적 리스크가 금융시장 전반으로 전이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국제 유가가 매일 급등하고 있고,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원화 약세를 자극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는 한 원화는 계속 약세일 수 밖에 없다고 경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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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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