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대에서 11년간 가르치는 동안 가장 잊지 못할 추억 가운데 하나는 교수들의 자유토론 마당인 ‘독회(讀會)’다. 나는 두개의 ‘독회’에 열심히 참석했다. 한 독회의 이름은 ‘기가모’인데 ‘기독교적으로 가르치는 모임’의 준말로 매주 화요일 저녁에 모였다. 또 하나는 ‘학문과 신앙’이라는 모임이었는데 목요일 저녁에 모였다.
‘기가모’는 기독교 대학인 한동대에서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교실과 캠퍼스 생활에서 기독교적인 생각과 행동을 할 수 있는 인성을 기를 수 있을 까를, ‘학문과 신앙’은 대학에서 가르치는 일반 과목들을 어떻게 하면 기독교 신앙과 융통합해서 가르칠 수 있을 까를 교수들 사이에서 토론하는 마당이다. 즉 독회는 철학 신학 문학 역사 사회 등 여러 인문 사회과학 분야의 통합적인 이해를 통해 기독교생활을 좀 더 증진시키자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독회는 첫 모임에서 주제와 관계된 책 또는 연구 자료를 선정, 각 장별로 발표할 교수를 정하고 순서에 따라 해당 교수는 유인물과 파워포인트로 내용을 소개하고 참석자들에게 문제를 던진다. 교수들은 문제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전을 전개한 다음 공감대를 창출한다. 결론에는 옳고 그름이 없으나 한 가지 공통점은 남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것이다.
지금 돌이켜 보면 나는 이 모임을 통해 나와 의견과 전공이 다른 교수들과 한 주제에 대해 교감을 나누고 그 교감을 통해 내 삶속에 큰 유익함을 얻었다.
한동대에서 은퇴한 후 미주 한인사회에도 한동대의 독회 같은 모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작년 9월 매릴랜드 하워드카운티에서 ‘독회 동우회’를 시작했다. 독회는 카운티 도서관 당국으로부터 회의실 사용허가를 얻고 도서관에서 모임을 가져 왔다. 지난 8월로 15회를 마치고 지금은 안타깝게도 쉬고 있다. 처음에는 40여명이 참석했으나 근래에 와서 참석률이 저조해졌으며 열기도 좀 식어진 것 같다. 나는 이 독회모임을 어떤 방법으로든 재생시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독회에서 우리는 존 스타트 목사 저서 ‘현대를 사는 기독교인’(The Contemporary Christian)을 장별로 나누어 발표하고 전체토론 또는 그룹토론을 했다. 이 책은 현대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하면 복음적으로 살 수 있는가에 대한 여러 문제를 던지고 해답을 제안하는 아주 유익한 책이다.
두 번째 책은 ‘제자도’ (The Critical Disciple)였다. 2011년 스타트 목사가 소천하기 직전 펴낸 책으로 유언서 같은 책이다. 우리가 어떻게 진정한 예수님의 제자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해 문제점과과 해결점을 제시해주는 책이다.
우리 이민자들은 어떤 의미에서 인문학 분야에 갈증을 갖고 살고 있다. 우리가 TV나 스마트폰에는 시간을 많이 할애하면서도 조용히 책을 읽는 일에는 등한히 하고 있지 않을까? 그리고 생각을 서로 나누는 일에 인색하지는 않은가. 자기 전공분야에서 일하는 데는 열심을 내면서도 어딘가 공허하다는 느낌을 가지고 살고 있다.
얼마 전 한국 신문을 보니 좀 마음이 아팠다. 한국 성인 10명 가운데 4명이 스마트폰을 통해서 뉴스와 지식을 얻는다는 것이다. 좋은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을 스마트폰에 뺏기고 있다는 얘기다.
독서의 계절 가을이 돌아왔다. 이민사회 여기저기에서 독회운동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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