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LA 국제공항(LAX)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은 미국에서 한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공항 터미널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총기 문제의 심각성을 더욱 실감하게 했다. 하루에 십수만명이 이용하는 LA 공항 터미널에 이렇게 버젓이 중화기인 소총을 들고 들어가 끔찍한 살상 극을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에 소름이 끼친다.
이번 사건은 미국에서 총기 규제 강화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다시 한 번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이다. 공항 탑승구야 보안 검색대가 설치돼 있지만 공항 시설 전체를 보안 구역으로 삼아 여기에 드나드는 사람들을 전부 일일이 검색할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향후 이같은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대책에 당국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버지니아 텍 총기난사에서부터 지난해 샌디훅 초등학교 총격 참사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최근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계속되고 있는 전국의 총기난사 사건들을 거치며 미국사회에서 총기 규제 강화 목소리는 커져가고 있다.
그러나 총기 구매 및 소지가 전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나라인 미국은 헌법에 ‘자위를 위해 무장할 수 있는 권리’가 명시돼 있는데다 역사적ㆍ문화적 배경 등으로 총기를 엄격하게 규제하는 것이 힘든 게 현실이다. 특히 전국총기협회(NRA)로 대표되는 강력한 총기 옹호론자들의 로비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어서 연방 정치권에서 총기 관련 규제 하나 늘리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 총기구매는 관할 주정부 등 지역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아직도 대다수 주에서는 18세 이상으로 크레딧 카드와 신분증만 있으면 합법적으로 총기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또 대규모로 총기를 직거래하는 총기박람회 같은 곳에서는 신분 확인이나 전과 조회 같은 절차 없이 누구나 총기를 현찰로 구매할 수 있는 것도 맹점이다.
이번에 LA 공항 총격을 저지른 범인은 전과나 정신질환 전력도 없고 중화기인 반자동 소총도 총기상에서 합법적으로 구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가 범행 시 가지고 있던 것처럼 총탄 수백발이 든 탄창을 소지하는 것은 캘리포니아에서는 불법이지만 이는 얼마든지 타주에서 구입해 반입하는 등 빠져나갈 방법이 있어 마음만 먹는다면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다.
살상무기를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사고 소지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 같은데 현실에서 이를 실현할 가능성이 요원하다는 게 안타깝다. 미국이 더 이상 이같은 비극적 총기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안전한 사회가 되려면 총기에 대한 혁명적 인식 전환과 현실적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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