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학 즈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많이 지쳐 있었다. 수없이 스쳐 지나가는 인연들. 그들과의 가벼운 소통. 흔히 말하는 수박 겉핥기식의 대화들은 인간관계 성립의 기초 단계라 믿어왔지만, 어느 날 그 대화들의 ‘텅 비어있음’을 느끼며 회의에 빠져 들었다.
‘시간 때우기’ 식의 대화들은 나를 지치게 만들었고,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풀어 나갈 수 있는 이야기들을 되풀이하며 나는 생각하는 기능을 잊은 듯하였다. 또한 ‘이런 가벼운 대화들이 이 사람과의 관계를 어떻게 성립시킬 수 있을까?’ 같은 질문이 끝없이 나를 괴롭혔다.
미국 19세기 철학자이자 수필가인 헨리 데이빗 소로는 ‘왈든’에서 인간사회의 소통에 대해 서술하였다. 그는 ‘깊은 대화’가 인간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였다. 위에 말한 것 같은 ‘가벼운’ 대화들은 사람과의 관계에 어떤 장벽을 만든다 생각하였다. 더 깊고 진실된 관계 성립을 위해선 ‘사소한’ 이야기들이 아닌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깊은’ 대화가 절실하다고 하였다.
‘가벼운 대화’를 회피하던 나에게 소로의 소통에 대한 글은 너무나 반가웠다. 동시에 내가 이해심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도 빠르고 혼란스럽게 매일 매일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깊은’ 대화는 어떻게 보면 사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경멸해오던 ‘가벼운 대화’들은 바쁜 생활 속에서도 인연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노력이 아닐까.
‘생각하기’를 포기하는 소극적인 또는 게으른 자세가 원인이든, 대화의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 바쁜 현대사회가 원인이든, 나는 여전히 깊은 대화를 갈망한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