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5년도 지난 일이다. 처음으로 어른 스님께 새벽 3시에 종을 치면서 드리는 ‘새벽 종송’이라는 염불을 배웠다. 그 때 말씀이, 진실로 간절하게 ‘새벽 종송’을 하면 그 순간만큼은 지옥에서 고통 받는 중생까지도 고통이 멈추고 안락함을 얻는다고 하셨다. 그 말씀이 얼마나 성스럽고 무겁게 가슴에 자리하던지. 내 간절한 기도가 지옥 중생의 고통까지 덜어줄 수 있다니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싶어 숙연했었다. 또한, 쉼 없는 엄청난 고통 속에서 새벽 3시 스님들의 종송을 듣고 그 순간만이라도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기다리는 지옥 중생들의 그 마음이 얼마나 절절할까 싶어 무거운 책임감도 들었었다.
지난 일요일 그 어른 스님의 말씀을 되새기는 감동을 다시 경험했다. 마린 카운티에 위치한 Marin Veterans’ Memorial Auditorium에서 열린 ‘Song For All Beings’라는 명상 음악회에 미국 스님들 4명과 함께 참여하게 되었다. 알고 지내던 명상 음악가, Jennifer Berezan이 ‘음악과 함께 하는 자비 명상’이라는 공연 첫머리에 간단한 염불을 해줄 것을 요청해 왔다. 뜻 깊은 자리다 싶어 감사하게 받아들였다. 음악가, 무용가, 명상 지도자, 극작가, 환경 운동가, 어린이 합창단 등 80여명이 넘는 출연진들이 인도, 티베트, 소련, 프랑스 등등 세계 각지에서 한자리에 모였다. 스님들의 염불과 함께 시작된 음악회는 2시간 동안 출연자와 관객의 구분 없이 모두가 한 목소리, 한 마음이 되는 감동으로 채워졌다.
빈 자리 하나 없이 꽉 채워진 2000석의 관객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모든 생명들의 안녕과 자유를 노래하며 기도했다. 사실, 그 전날 최종 리허설을 할 때까지도 공연이 조금 지루하고 뭔가 복잡하고 약간 두서 없다는 느낌이었다.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공연 당일 날은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2000명의 청중이 더 이상 청중이 아니었다. 그 사람들이 앉아 있던 객석이 오히려 거대한 무대가 되는 이변이 일어났다. 청중들 각자가 가지고 온 에너지가 엄청난 힘이 되어 최종리허설과는 완전히 다른 공연을 만들어 냈다. 순간, 음악회를 비롯한 다양한 예술 공연들의 주인공은 예술가들이 아니라 어쩌면 청중들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잘 알려진 미국의 명상 지도자 Jack Kornfield가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는, 약하든, 강하든, 작건, 크건,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모두 행복하고 고통이 없기를...’이라는 자비경 (Metta Sutta)을 낭송할 때는 모두 합장을 하고 한 마음이 되었다. 환경 운동가가 멸종 위기의 동물들을 하나씩 나열 할 때는 함께 인간의 어리석음을 반성했다. 불교의 공 (Emptiness), 무아 (Non-self)등의 개념을 재미있게 풀어 연극으로 보여준 듀엣의 공연 앞에서는 관객들의 웃음으로 공연장이 들썩거렸다. 그 재미 속에서도, 넘어지는 것과 일어나는 것이 별개의 두 동작이 아니라 넘어지면 당연히 일어나는 ‘한 동작’이라는 유익한 교훈 또한 전달했다.
2000명의 사람들이 한 마음이 되어 모든 생명들이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기원하는 그 엄청난 에너지로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고통이 잠시 멈추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 시간만큼은 중생들의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으로 인해 생겨난 반목과 갈등이 줄어들지 않을까 싶었다. 일주일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 노랫말들이 기도가 되어 문득문득 옹달샘처럼 내 마음 속에서 솟아난다.
May all beings be happyMay all beings be safeMay all beings everywhere be free <소원 스님/샌브루노 여래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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