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느닷없이 찾아오는 이유 없는 불안함과 끝이 보이지 않는 무기력함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슬럼프의 증상들이다. 딱히 떠오르지 않는 그 불안감의 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을 하기엔 너무나 힘이 없고 의지도 부족해 답답한 날들이 계속되는 슬럼프의 기간은 참으로 괴롭고 우울하다.
미국 대학생들 사이에선 ‘2학년 슬럼프(Sophomore Slump)’라는 것이 있다. 주로 2학년 말 또는 3학년 초에 전공을 확정하는데, 아마 전공 선택에 앞서 밀려오는 두려움과 불확신이 이 슬럼프의 원인이 아닐까 싶다.
작년 이맘 때쯤 나는 수업이 너무 가기 싫어졌다. 생물학을 전공으로 선택하기 앞서 이수해야 하는 과학 수업들을 듣고 있는 상태였다. 어려운 수업 내용과 생각만큼 나오지 않는 시험 점수들은 정말로 절망적이었다.
아마 두 번째 유기화학 시험 점수를 받은 후부터 슬럼프에 빠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제일 두렵고 좌절했던 것은 오래 전부터 확신했던 대학생활 계획이 틀어질 수도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었다. 계획으론 난 분명히 생물학을 좋아하고 점수도 잘 받아 그 전공으로 졸업해야 하는데, 점수도 점수지만 학업에 대한 싫증이 참 낯설었다.
전부터 좋아하던 문과 전공으로 바꾸기까진 참 많은 고민과 친구들과 가족과의 대화가 오고 갔다. 결과적으로 지금 돌이켜봤을 때 당시 슬럼프는 정말 괴로웠지만 ‘나’에 대해 더 생각하고 알아갈 수 있었던 나름 유익했던 시간들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슬럼프는 여전히 두렵다. 슬럼프의 증상이 밀려올 때, 마치 늪에 서서히 빠지는 듯한 그 기분은 언제나 괴롭다. 오지 않았으면 하는 그 힘든 시간들은 원인이 무엇이든 찾아올 것이고 두렵지만 결과적으로 많은 것들을 배울 거라 희망을 가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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