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생각이 나는 사람이 있다. 몇 년 전 이곳 실리콘밸리에 한인 문화센터에서 요리교실을 운영할 때 수강생들 중의 한 분이다. 토요일 아침 클래스였는데 거의 대부분의 수강생들은 아이들을 한국학교에 보내놓고 오시는 분들이셨다. 강습이 끝나고 나면 그 날 만든 음식을 함께하고 잠깐 친목의 시간을 가진 후 돌아가시는데 그 분은 유독 얼마되지도 않는 음식인데도 꼭 담아서 집으로 가져가셨었다. 늘 볼 때마다 저 적은 양으로 누가 드실려고 갖고 가시나 하는 생각을 했었던 기억이 있다. 몇 번의 수업을 통해 함께하시는 분들과 조금 친해지면서 개인적인 사정들을 알아가기 시작했을 때 그 분이 본인이 암으로 투병중이시며 아프다보니 한번에 많이 먹지 못해서 갖고 간다는 얘기를 하셨었다. 보기에는 혈색도 좋아보이고 본인도 많이 호전되었단 얘기도 했었고 그렇게 되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는 얘기도 했었다. 요리교실을 다 끝낸 후 몇 달이 지났을까 전화가 와서 내게 도움을 요청하셨었다. 그동안 본인을 위해 애써 주신 분들께 꼭 한번 음식대접을 해 드리고 싶은데 본인은 기운이 없어 하실 수 없으니 도와달라고.
그분의 사정을 알고 있었던지라 거절하기도 뭐하고 해서 좋은 마음 반과 약간의 주저하는 맘 반으로 그 분을 만나 장을 보고 그 다음날 아침 그 집으로 가 음식을 하루종일 만들었다. 상을 다 차려놓고 연신 감사해하시는 그분의 인사를 뒤로하고 나오는데 “정말 좋은 마음으로 이 분을 위해 음식을 만든건가?” 하는 마음속의 질문과 함께 “아! 내가 지금 갖고 있는 재능과 시간으로 이렇게 다른 분을 위해 나눌 수 있다는 것도 큰 기쁨이다”라는 두가지 생각을 하면서 나왔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가끔 그 분을 생각하면 내가 그 분을 위해 해 드린 작은 일에 그 분이 얼마나 감사해하셨던지, 나 또한 그때 바른 결정으로 함께 해 드렸다는 게 지금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모른다. 내가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때 나눌 수 있는 여건이 된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계속 나눌 수 있는 자로 살 수 있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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