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당시 연애 중이던 부모가 주고받은 편지를 토대로 극본을 쓴 여류 극작가 겸 배우의 작품이 잔잔한 반향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들 가족의 고향인 하워드카운티 공연이 추진되고 있다.
볼티모어 선지에 따르면 한국전 시기를 배경으로 한 ‘잊을 수 없는:한국에서 온 편지(Unforgettable: Letters from Korea)’는 수잔 톰슨(55)이 한국전 당시 소위였던 드와이트 톰슨(1928-2004)과 그의 아내 클레오라 톰슨(1931-2010)이 주고받은 러브레터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이 연극은 지난해 워싱턴의 아레나 스테이지에서 초연되고, 보스턴 지역에서도 두 차례 공연됐으며, 한국전 정전 60주년을 맞아 지난 6월 25일 워싱턴의 한국전 참전 기념물에서도 야외공연됐다.
수잔은 10년 전 우연히 부친이 한국전에 참전하는 동안 부모가 주고받은 수백통의 편지를 발견하면서 이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 수잔은 부친이 타계한 뒤 병든 모친을 콜럼비아의 집에서 돌보고 있었다. 그의 부모는 30년간 하워드카운티에서 거주했다. 부친 드와이트는 주검사를 거쳐 엘리콧시티에서 변호사로 활동했고, 모친 클레오라는 카운티 최초의 기록보관인으로 카운티의 유서 깊은 빌딩들을 국가 유적으로 등록하는데 기여했다. 수잔은 편지들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 부친이 한국에서 복무하는 동안 모친은 코네티컷대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수잔은 “편지들은 단순히 부모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뿐 아니라 역사적인 시기와 순간의 감정을 자세하고 풍부하게 표현했기에 내 마음을 움직였다”며 “당시의 젊은이들의 사랑과 전쟁을 보편적으로 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드와이트는 코네티컷 시모에서 태어나 고교 졸업 후 육군에 입대, 2차대전 후 일본에서 점령군으로 군복무를 시작했다. 이후 커네티컷대에 진학, 1952년 졸업한 뒤 다시 군에 복귀했고 일년 뒤 한국에 장교로 파병됐다. 클레오라 반스는 뉴 헤븐에서 성장했고, 코네티컷대에서 남편을 만났다. 드와이트는 클레오라가 알츠하이머병을 앓자, 간병인을 자청해 자신의 사무실은 물론 법원까지 동행했고, 매주 일요일 정장을 입혀 교회에도 데려가는 등 헌신적으로 돌봤다.
수잔이 주인공이자 모친인 클레오라의 배역을 맡은 이 연극의 대사는 모두 편지에 나온 두 사람의 대화로 구성돼 있으며, 당시의 노래가 두 명의 음악가에 의해 무대에서 연주되고, 두 개의 대형 스크린에 두 사람의 결혼과 전쟁이 묘사된다.
수잔은 “지난 6월 월남전 참전용사들과 그 가족들 앞에서 한 공연이 가장 인상적이고 보람있었다”고 말했다.
이 연극은 베테랑스 데이를 기념해 아이오와에서도 이번 달 공연될 예정이다. 그러나 수잔은 부모가 30년 이상 거주한 하워드카운티에서 공연하고 싶어 한다. 이 같은 수잔의 꿈은 이뤄지려하고 있다. 초연 때 관객 중 한 명인 캐롤 마이어스 하워드카운티 히스토리컬 소사이어티 이사가 이 단체의 이사회에 공연이 너무 놀라웠다고 보고한 후 공연 유치를 추진하기 시작한 것. 마이어스는 톰슨 가족은 카운티 역사의 일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의 션 글래든 사무총장은 “우리 단체가 연극을 주최할 수는 없다고 본다”면서도 “하지만 다른 단체와 제휴해서 할 수는 있다”고 밝혔다. 글래든은 “여하튼 어떠한 방법으로든 하워드카운티에서 이 연극을 보기 원한다”고 덧붙였다.
<박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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