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큰형 주식· ‘T+1 결제’ 등 인프라 재편
▶ 규율서 기술로 미시장 구조 대전환 진행
▶ 한국도 금융자산 디지털화 대응 나서야
미국 증권시장이 약 100년 만에 구조적 재설계에 들어섰다. 그 기점은 1938년 제정된 ‘말로니법’이다. 말로니법은 미국 장외시장 규제와 금융 업계 자율 규제의 근간을 마련했고 이듬해 전미증권업협회(NASD)가 출범했다. 1938년이 시장 규율의 방향성을 정립한 해였다면 지금은 논의의 초점이 규율·감독을 넘어 시장 운영의 기술·인프라 재설계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변곡점이 되고 있다.
변화의 시작점은 결제 주기다. 미국은 지난해 5월부터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등 대부분의 상품에 ‘T+1’ 결제를 도입했다. 이는 단순한 속도 개선을 넘어 증거금 부담을 낮추고 유동성·운용 효율을 높이는 구조적 효과를 낳았다. 뉴스 발생부터 거래·정산 사이클이 짧아지면서 시장 반응 속도가 더욱 빨라졌고 특히 아시아·유럽 투자자에게는 시차 부담이 완화된다는 측면에서 접근성이 크게 높아졌다.
나스닥은 올 9월 주식을 동일한 권리로 토큰화해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변경안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했다. 변경안에 따르면 토큰화 증권은 기존 주문·호가·감시·수수료 체계를 그대로 적용받으며 결제는 중앙청산기관(DTC) 인프라를 기반으로 T+1일 내에 처리된다. 시장 최선호 매수·매도 호가를 저해하지 않도록 동일한 리스크 관리·오류 정정 체계를 적용한다는 점에서 투자자 보호의 연속성을 우선시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토큰형 주식이 기존 시장을 완전히 대체하기보다 국가시장제도(NMS)라는 기존 질서 내부로 편입되는 방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자산의 디지털화는 금융 유동성을 변화시킨다.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머니마켓펀드(MMF)는 기관급 달러 유동성을 온체인에서 실시간 이동·담보화할 수 있는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블랙록의 미국 국채 토큰화 펀드 ‘비들’은 올해 3월 기준 운용 자산 10억 달러를 넘어섰고 프랭클린의 온체인 MMF 역시 확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통 금융 인프라와 디지털자산 인프라가 연결되는 순간 콘텐츠 소비와 거래 체결, 자금 정산까지의 거리는 더욱 짧아지는 효과를 낸다.
이 같은 혁신은 한국에도 중요한 함의를 남긴다. 글로벌 시차 장벽이 낮아지고 결제 주기가 짧아진 환경에서는 토큰화 자산과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망을 활용해 사용자 시간대에 맞춘 거래와 동일 일자 정산, 보다 효율적인 자금 운용이 가능해진다. 국내에서도 한국은행이 블록체인 기반 금융 인프라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법제화를 검토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등 주요 빅테크 기업도 스테이블코인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등 제도·산업 측면의 준비가 함께 이뤄지고 있다.
다만 전환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추가적 과제가 존재한다. 블록체인에 기록된 소유 이력을 법적 권리와 동일하게 인정하는 제도적 기반, 퍼블릭 블록체인의 투명성과 투자자 프라이버시 보호의 균형, 토큰화된 증권을 사고팔 수 있는 충분한 시장 깊이와 안정적인 결제 인프라 확보가 핵심이다. 지난 100년간 시장 신뢰의 기반이 규율이었다면 앞으로는 사용성·연결성·실시간성과 같은 기술 기반 특성이 새로운 신뢰의 기준이 될 것이다. 이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이 전략적으로 대비해야 할 방향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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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넥스트증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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