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언론들, ‘사실상 보도통제’라며 백악관에 강력 항의
▶ 백악관 자체제작 생생한 오바마 영상 소셜미디어 통해 언론보다 신속 배포 “구소련의 타스통신과 뭐가 다르냐?”
그동안 꾹꾹 누르며 참아왔던 백악관 사진기자들의 불만이 마침내 폭발했다. 오바마 대통령 관련 취재에 대한 제한을 계속 강화해온 백악관이 전속 사진사가 찍은 사진과 비디오를 소셜미디어를 통해 언론보다 더 빠르게, 더 생생하게 자체 배포하는 사례가 잦아지면서 터져 나온 반발이다.
지난 21일 백악관 출입기자 협회(White House Correspondents’ Association)와 37개 언론기관은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에게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3페이지에 달하는 이 서한에서 기자들은 현 백악관의 홍보가 구소련 스타일의 관제보도 수준에 이르렀고 공보담당자들이 대통령을 취재하는 저널리스트 대신 오바마 대통령에 접근 취재하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공정하게 알리는 불편부당한 보도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면서 “마치 저널리스트의 카메라 렌즈를 손으로 덮는 것처럼 이 행정부의 관리들은 대통령의 중요한 직무에 대해 국민들에게 알리는 독립적 시각을 가로막고 있다”고 서한을 통해 강력 비판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전통적인 뉴스미디어 외에 직접적인 대 국민 메시지 전달 방법으로 소셜미디어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고위관리들은 대부분 트위터와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백악관 전속 사진사인 피트 수자는 페이스북, 플리커, 인스타그램 등에 대통령의 다양한 사진을 실시간으로 올리고 있다.
백악관은 “사진기자들에게 모든 일정을 취재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실행 불가능하다”면서 현 공보정책을 옹호한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부대변인은 “우리는 국민들에게 대통령의 업무수행에 관련된 막후의 영상과 사진을 더 많이 보여주기 위해 첨단기술을 활용해 온 것”이라면서 이것이 사진기자들에게 실망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미 국민들에겐 명백하게 득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자들은 백악관이 취재범위에 선례를 만드는 것이며 취재기자를 정부 소속 사진사로 대체하고 있다고 지적, 어니스트 부대변인을 압박했다. 현 백악관 전속 사진사 피트 수자는 오바마가 일리노이 주 연방 상원의원이었던 시절부터 가까워진 시카고 트리뷴지 사진기자 출신이다.
항의서한은 사진기자들이 취재를 거부당한 최근 7차례의 행사를 열거했는데 그중에는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의 백악관 야외오찬, 이스라엘과-팔레스타인 협상단과의 회견, 파키스탄 여성인권운동가인 10대 소녀 말라라 유사프자이가 오바마 대통령 및 미셸여사, 대통령 딸 말리아와 대화를 나누었던 오벌오피스에서의 만남 등이 포함되어 있다.
백아관은 이들 행사가 개인적 미팅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백악관 사진사는 이들 행사를 빠짐없이 사진 찍어 플리커와 다른 소셜 미디어에 올렸으며 주요 언론기관들은 그 사진들을 보도해야 했다.
“그들은 백악관 행사에서 사진기자들을 제외시키고 있다. 그것 자체도 문제이지만 이젠 백악관 전속 사진사와 비디오 촬영기사들로 하여금 촬영하게 한 다음 그 사진과 동영상을 배부하는 미디어 작전을 구사하고 있다”고 백악관 출입기자 협회의 스티브 토마회장은 지적했다.
사진기자들과 백악관과의 긴장상태는 지난 몇 달간 고조되어 왔다. 지난여름 오바마의 사우스아프리카 방문 중 사진기자들은 로벤 아일랜드의 넬슨 만델라가 투옥되었던 감방 안에서 대통령 사진을 딱 한번 찍도록 허락받았다. 그러나 그 감방 안에서 대통령이 딸 사샤를 안아준 감동적인 순간을 찍은 것은 전속 사진사 수자였다. 사진기자들은 모두 퇴장당한 후였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대통령의 가장 프라이빗한 순간을 포착하는 것은 백악관 전속 사진사들이다. 가족과 함께 있거나, 집무실 혹은 상황실에서 참모들과 회의하는 순간들로 시리아 내전 관련 논쟁 중 수자가 찍은 내부회의 사진은 대통령과 참모들이 느끼는 팽팽한 긴장감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러나 언론기관들은 백악관이 그 같은 접근 제한을 대통령의 일상 활동에 까지 확대 적용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2010년 대통령이 플로리다 주 파나마시티에 가서 수영을 했을 때가 바로 그랬다. BP회사의 오일 유출사고 이후 정화작업이 마무리되어 수질이 다시 깨끗해졌다는 것을 알리기 위한 여행이었다.
“그들은 대단히 프라이빗한 시간이라면서 우리를 제외시켰다. 그러나 그 프라이빗한 순간을 그들은 후에 대단히 퍼블릭한 순간으로 홍보했다”고 뉴욕타임스의 사진기자 덕 밀스는 분개했다.
지난달 말, 밀스와 출입기자 협회 임원들은 제이 카니 대변인과 가진 회의에서 문제점들을 보여주는 한 뭉텅이의 대조적인 사진들을 제시했다. 같은 날 같은 행사에서 충분한 접근이 허용된 전속 사진가의 생생한 사진과 거리 및 시간 등 사사건건 제한이 가해진 기자들의 밋밋한 사진들이었다.
“제이, 이건 타스통신과 다를 바 없어”라고 항의했다는 밀스기자는 “마치 대통령의 퍼블릭 이미지를 정부가 통제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타스는 구소련의 국영 통신사였다.
<뉴욕타임스-본보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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