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우리의 삶에 각종 기계들이 큰 자리를 잡게 되었을까. 어린시절 아버지가 처음 사들고 오신 노트북은 투박하고 무거웠지만 분명 어렵고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물건이었다. 집에 있던 컴퓨터 역시 아무렇게나 다루어선 안될 기계였고, 어머니의 핸드폰을 실수로 떨어뜨렸던 그 순간 심장이 쿵 하며 엄청난 두려움이 밀려왔었다. 분명 내 기억 속 컴퓨터, 노트북 그리고 휴대폰 등의 기계들은 우리의 삶에 갓 소개된 것들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우리에겐 없어서는 안될 삶의 필수품들이 되어있었다.
현재 내 대학생활에서 절대로 빠져선 안될 생필품은 노트북이다. 그리고 이 비싼 기계가 내 대학생활에 얼마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지, 아니 이 기계가 내 대학생활을 어떻게 조종하는지는 몇주 전 지극히 ‘인간’적인 실수 덕분에 깨달았다.
도서관, 카페 그리고 강의실에서 언제나 노트북을 들고 다니는 학생들을 많이 봐서일까, 기계를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는 어머니의 잔소리가 희미해졌고, 긴장을 늦추었던 그 순간 나는 노트북에 물을 쏟고 말았다. 바보 같은 실수였고, 내 자신 외에는 그 누구도 탓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었다. 내 자신을 위한 변명을 하자면 노트북 등의 기계들의 희소성이 낮아지면서 조심성 역시 함께 낮아졌다. 물을 쏟은 후 노트북이 처음 작동이 안됐을 땐 나는 단순히 노트북 수리를 맡기고 그 수리 기간동안은 연필과 종이로 필기를 하고 에세이를 쓰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강의 내용은 전부터 손으로 종이에 펜으로 필기했었기에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지만, 손으로 에세이를 쓰는 것은 생각보다 큰 난관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것을 손이 충분히 빠르게 종이에 옮기지 못하는 것이 굉장히 금방 나를 지치게 했고, 도서관에서 노트북을 쓰는 학생들이 부러워질 지경이었다.
그리고 노트북을 돌려 받았을 때, 더욱 더 원활한 대학생활을 위해 수많은 전자기기들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 기계들을 중심으로 내 생활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노트북의 주인이 맞을까? 아니면 기계들이 내 삶을 조종하는 것일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