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가 쏜 흉탄에 맞아 사망한지 34년 만에 지난 10월 25일 처음 열린 ‘제1회 박정희 대통령 추모 특별 예배’에서 김영진 부천 원미동교회 원로목사가 “한국은 좀 독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로 다음 날 서울현충원에서 열린 34주기 추도식에서 손병두 박정희대통령 기념재단 이사장이 “차라리 유신시대가 더 좋았다”고 말해 파문이 일었다. 하나님을 대신해 핍박받는 자들의 자유와 인권을 위해 불의에 항거해야 할 이른바 ‘주의 종’은 물론, 명색이 최고 지성이라는 대학 총장까지 한 사람이 독재를 찬양하는 몰역사적 망언을 하다니 부끄러운 일이다.
지난 달 14일 경북 구미 생가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96회 탄신제’ 기념사에서 남유진 구미 시장은 “박정희는 반신반인으로 하늘이 내렸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며 감읍했고, 새누리당 심학봉 의원은 고인을 “아버지 대통령 각하”라고 불렀다. 북한에서 김일성 주석을 “어버이 수령님”으로 부르는 것과 같다. 이것이 그가 하룻밤 묵은 곳까지 성역화 되는 우상화의 광기 속에 눈부시게 부활한 2013년 대한민국 박정희의 모습이다.
같은 날 서울에서 있은 ‘박정희 대통령 탄신 96주년 기념 강연회’에서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박정희는 프랭클린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과 윈스턴 처칠 영국 수상 등과 같은 반열에 들어가는 20세기를 대표하는 10대 지도자 중의 한 명”이라고 극찬했다. 그는 또 “유신이 없었다면 지금의 위대한 박정희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유신독재에 맞서 민주화를 위해 피눈물을 흘린 이들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모독이 아닐 수 없다.
이날 강연회 주최 측은 ‘오늘 행사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무지와 오해를 불식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녕 그렇게 되길 바란다면, 가난을 극복한 대통령임을 내세워 유신을 불가피한 ‘구국의 결단’이니 뭐니 하며 미화하기 전에 먼저 서울 상암동 박정희기념관에 쓰여 있는 찬양 일색의 그릇된 내용부터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일찍이 ‘다카키 마사오’란 낯선 이름의 조선 청년이 후일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기까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대해서도 무지한 국민들에게 사실대로 말해줘야 한다. 경제발전이란 오늘의 ‘공’으로 부끄러운 어제의 ‘과’를 덮으려 해선 안 된다. 감춘다고 될 일이 아니다.
강연회 끝자락에 조 대표는 박정희 대통령 업적에 대한 찬양이 사라지지 않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박정희 대통령 배지를 만들어 달고 다니게 하자”고 제의했다. 그러면서 “그걸 가슴에 달고 다니면 ‘아, 저 사람 최소한 애국자구나’라고 알 수 있다. 젊은 사람들은 배지를 달면 취직할 때 유리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앞으로 박정희 배지를 달고 다니는 사람은 모두 애국자이고, 달지 않은 사람은 모두 비애국자요 종북이 됨은 물론 취직할 때도 불이익을 당하게 될 것이다. 북한 주민들이 앞가슴에 김일성 배지를 달고 다니 듯 어쩌면 남한에서도 머지않아 박정희를 숭모하는 사람들이 그의 배지를 달고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하는 황당한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독재자의 딸이 집권한지 채 1년도 안 돼 세상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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