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중순, 매서운 강풍주위보가 있던 날 강원도에서의 2박3일의 마지막 밤을 주문진에서 보내게 되었다. 하루 종일 추위에 떨었으니 저녁으로 얼큰한 해물탕을 먹자는 남편의 제안에 시동생 부부와 우리는 바닷가에 늘어선 음식점 간판을 보며 천천히 차를 몰았다.
그러나 그 많은 음식점들이 모두 횟집, 대게 전문집, 아니면 곰치국 집이었다. 해물탕을 단념해야 하나보다 하고 있는데 한 음식점의 간판이 확 들어왔다. ‘강남 해물탕 30년 전통’- 동해안 음식점 이름에 ‘강남’이 들어가 있는 게 재미있어 웃으며 음식점으로 들어섰다.
인기척이 없었다. “계세요?”를 두어번 해도 인기척이 없어 실망을 하며 나서는데 60대 아저씨가 자전거를 문 앞에 세우면서 영업하니 들어가라고 했다. 집에서 김장을 해 이제야 끝나서 나오는 거라고 설명을 했다.
곧이어 주인아주머니와 아들이 급히 와서 끓여낸 해물탕은 30년 전통을 자랑할 만큼 시원하고 푸짐하고 깊은 맛이었다. 맛있게 먹고 있는데 주인아저씨가 다시 급히 나가는 것이었다. 한 10분 후에 돌아온 아저씨가 색깔도 고운 겉절이를 푸짐하게 한 접시 담아 테이블로 들고 와서 먹어보라고 했다. 집으로 가 김장하며 만든 겉절이를 가져왔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해물탕으로 이미 배가 불렀지만 겉절이를 밥에 얹어 한 공기씩 더 해치웠다. 이 세상 어디에서 이런 끈끈한 정을 경험할 수 있을까? 아마도 ‘Only in Korea’.
그 며칠 전에는 부산에서 강릉으로 가는 무궁화호를 탔었다. 8시간 동안 기차 창밖의 풍경에 흠뻑 빠져보고, 간이역의 정취도 느껴보고, 책도 읽고, 낮잠도 자고, 기차 도시락도 먹으면서 느긋이 보내고 싶어 완행열차를 선택했다.
지정된 좌석으로 가니 한 아가씨가 우리 좌석의 하나를 차지하고 앉아있었다. 기차표를 보여주니 그 아가씨도 같은 좌석번호가 찍힌 기차표를 꺼내 보인다.
착오는 우리에게 있었다. 기차표 하나에 날짜가 잘못 찍힌 것이었다. 며칠 전에 전라도 구례에서 예매한 표에 착오가 있었다. 승무원의 안내로 매표소에 가니 매진이라 좌석은 없고 입석으로 밖에 표를 바꿀 수가 없다고 했다. 8시간을 한 사람은 서서 가야 하는 것이었다.
한 40분을 나는 앉고 남편은 서서 가면서 화도 나고 어떻게 이러고 가나 난감해 하고 있는데, 승무원이 와서 따라오라고 했다. 승무원은 혼자 앉은 손님들 좌석과 앞으로 탈 손님들의 좌석을 재배치해 일일이 양해를 구해서 우리가 나란히 앉을 자리를 마련한 것이었다.
엄연히 따지면 우리의 잘못인데 승무원은 정중히 사과를 했고, 강릉에 도착할 때까지 서 너 번이나 와서는 불편한 것이 없느냐고 물었다. 이 세상 어디에서 이렇게 친절한 기차 승무원을 만날 수 있을까? 아마도 ‘Only in Korea’.
한 통계에 의하면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전체인구의 2.2%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서울에서 외국인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하루는 전철에서 유럽인으로 보이는 젊은 부부와 네 살 쯤 된 남자아이를 보았다. 창밖을 내다보며 아이에게 소곤소곤 설명을 해주는 부부의 정겨운 모습을 바라보다가 그 옆자리에 앉아있는 아가씨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스치는 것이었다. ‘어, 한국여인의 피부가 유럽인 여인보다 더 희네!’그리고는 이번 여행에 함께 했던 며느리(미국에서 자란 한인)가 며칠 전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한국 여자들은 어떻게 저렇게 하나같이 얼굴이 하얗고 비슷하게 생겼어요? 너무나 이상해요.”정말 그랬다. 황인종에 속하는 한국인의 피부가 백인종으로 구분되는 유럽인보다 더 흰 것이었다. 이 세상 어디에 이렇게 하얀 피부색에 집착하고 드디어 백인보다 더 하얀 피부를 만들어 낸 곳이 있을까? 아마도 ‘Only in Korea’!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