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시간에는 균형(equality)이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한국어 시간에는 겨울과 관련된 단어로 게임을 하겠습니다.”버지니아주 센터빌에 위치한 콜린 파월 초등학교 1학년 수업시간.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의 입에서 분명하고 정확한 한국어가 흘러나왔다. 교실 바닥에 앉아 스크린을 보며 교사의 말을 경청하고 있던 20여명의 어린이들은 전혀 어려움 없이 지시에 따라 행동했다. “오늘은 특별한 손님들이 오셨어요. 우리가 그동안 연습한 노래 가운데 두 개를 부르겠습니다.”교실을 옮겨 이번엔 킨더가든 어린이들이 한국말로 수업을 하는 현장. 린다 클리포드 교장, 테디 프레다리스 훼어팩스 카운티 교육 서비스 담당관, 소은주 주미대사관 교육원장 등 클래스를 참관하는 방문객들을 위해 합반으로 즉석 공연이 시작됐다.
“울면 안돼, 울면 안돼, 산타 클로스 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겐 선물을 안 주신데요.”앞에서 율동을 지도하는 선생님과 함께 아이들은 신나게 캐롤을 불렀다. ‘Korean Two Way Immersion Program’. 의도적으로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사용하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갓 이민을 와 영어가 서툰 한국 아이들만이 아니었다. 백인, 흑인, 라티노 등 여러 가지 피부색의 아이들이 어울려 한국말 배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콜린 파월 초등학교가 2012-2013년 학기에 처음 실시한 이 프로그램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 아래 금년 가을학기부터 1학년까지 확대됐다. 각 학년마다 40명을 약간 넘는다. 부모들의 자발적인 결정으로 등록된 학생들이다.
“이중 언어 수업의 장점을 잘 알고 있는 부모들입니다.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외국어를 배우면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쯤은 완벽하게 외국어를 습득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아이들의 두뇌를 발달시켜 다른 과목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린다는 사실이 증명됐지요.”프레다리스 교육서비스 담당관은 콜린 파월 초등학교에서 실시되고 있는 한국어 동시 교육의 장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결과가 좋다보니 내년에는 3-4학년으로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외국어 동시교육 프로그램은 소수계 학생이 많은 지역에서 실시된다. 서부 지역에서는 라티노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많이 시행되고 있다. 콜린 파월 초등학교의 한국어 동시 교육은 동부에서는 뉴욕에 이어 두 번째다.
지금은 수학과 과학 클래스를 한국어로 가르치며 학생 구성도 영어가 모국어인 학생, 한국어가 모국어인 학생으로 균등하게 배분된다. 교사는 수업 시간에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이중 언어를 사용하며 어울리도록 신경을 쓴다. 한국어 동시교육 프로그램의 확산은 자녀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싶은 한인 2세 부모들의 기대, 영어 수업을 완벽하게 따라가기 어려운 초기 이민자 자녀들의 필요, 국제사회에서 점점 위상이 높아지는 한국의 문화와 언어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모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게다가 이중 언어를 어릴 때부터 사용하면 두뇌 개발과 학업 성취도 증진에 크게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증명되고 있어 한국어 동시교육 프로그램의 인기는 더욱 좋아질 전망이다.
소은주 교육원장은 “훼어팩스 카운티 교육국은 콜린 파월 초등학교의 프로그램 확대 추이를 고려해 타 학교에서도 실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날 소 교육원장은 수업 참관 후 한국 정부가 보내온 선물들을 학생들에게 일일이 나눠주며 격려했다. 콜린 파월 초등학교 프로그램 외에도 워싱턴 지역에서는 초중고를 합해 13개 학교에서 방과후 한국어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며 온라인 과정을 포함 현재 700여명의 학생들이 등록돼 있다. <이병한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