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에 입학한 후로 내 삶은 학기별로 나누어졌다. 매 학기의 시험들이 끝나고 난 뒤, 12월 31일에 한 해를 돌이켜보듯, 나는 갓 끝낸 학기에 대해 다시 생각해본다. 난 이상할 정도로 세부적으로 한 학기를 평가한다. 이번 학기의 수업들의 내용, 교수님들 그리고 조교들에 대해 평가한다. 그후 교수님들 그리고 조교들과 나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본다.
만약 내가 정말 좋아했던 교수님이 그 학기에 있었는데 교수님과 학문에 대한 질 높은 대화를 나누지 못하였다면 나는 좌절감과 자괴감에 빠진다. 대학원생 조교와의 관계에 대한 평가는 주로 그 조교와 페이퍼를 앞두고 얼마나 많은 대화를 나누었는지가 기준이다. 학업적인 부분 외에 생활적인 부분에서 이번 학기에는 아침에 얼마나 잘 일찍 일어났는지, 운동은 열심히 했는지, 돈과 시간 낭비는 하지 않았는지 철저하게 평가한다.
창피하게도 대학에 입학하고 5학기가 지났지만 단 한번도 학업적인 부분과 생활적인 부분에 대해 만족스러운 평가를 내린 적이 없었다. 대학교 졸업이 다가오면서 늘어가는 불안감에 더해지는 욕심 때문에 단 한번도 난 내 대학생활에 대해 만족스럽지 못한 것일까.
한 해의 끝자락에서 그 해를 돌이켜보는 글을 쓰는 것은 어떻게 보면 진부하지만, 또 새해를 맞이하는 데에 있어서는 필수의 과정이 아닐까 싶다. 모두에게나 한 해를 돌이켜보는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안도감을 위해 한 해를 마무리 하는 행동을 하는 것 아닐까. 그 해에 이루고 싶었지만 게으름이나 의지 부족으로 이루지 못한 일들을 적어냄으로써 자신의 현실을 직시했다는 점에 대한 작은 성취감. 그리고 그 미완성으로 끝나버린 일들을 다음 해에 꼭 성취하겠다는 다짐으로 얻어지는 안도감.
한 해의 끝은 늘 불안하고 후회스럽기 때문에 ‘한 해 돌이켜보기’ 프로젝트로 내 자신의 부족함에 대한 변명거리를 주고 새해에 대한 희망으로 위로를 해주지 않는다면 12월의 마지막 주는 너무나도 울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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