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킨더가든을 다닐 때 학교 행사로 킨더가든 학생들이 양로원에 캐롤을 부르러 간 일이 있었다. 킨더가든 아이들이 올망졸망 모여 부르는 캐롤에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진심으로 즐거워하셨다. 무대를 마치고 양로원에서 아이들 간식으로 쿠키와 코코아를 준비해주셨고 아이들은 카페트 바닥에 앉아 간식 먹을 준비를 했다.
얼마되지 않아 우리가 있던 곳은 커다란 컵에 코코아를 받아든 다섯살 킨더가든 아이들로 꽉 차게 되었다. ‘저 코코아, 카페트에 엎지르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듯 아이들은 여기저기서 코코아를 쏟아뜨리기 시작했고, 행사에 따라간 학부모들은 코코아를 나눠 줄 때 분주했던 것보다 훨씬 더 바닥에 흘린 코코아를 닦을 휴지를 나눠주느라 분주해졌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코코아를 엎지른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당황하는 모습 하나 없이 한결같이 마치 다섯살 꼬마가 코코아를 엎지르지 않고 먹는 게 드문 일이기라도 한 듯, 자신이 코코아를 엎지른 것이야말로 보통의 다섯살 꼬마가 하는 일이기라도 한 듯 아이들은 받아든 휴지로 태연히 카페트를 쓱쓱 닦아낼 뿐이었다.
살다보면 물을 엎지르는 가벼운 실수부터 생각하기도 싫은 굵직한 실수까지 다양한 실수를 하게 된다. 그리고 익숙한 일보다는 새롭게 시작하고 낯선 일을 할 때 더 많이 더 자주 실수를 하게 된다. 해가 바뀌고 한 살 더 먹었지만 앞으로도 나는 실수를 항상 반복하게 될 것이다. 그럴 때면 새해에는 저 다섯살 아이들처럼 실수 앞에서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래본다. 또 이미 벌어져서 돌이킬 수 없는 실수에 집중하며 괴로워하기보다는, 저 다섯살 아이들이 카페트를 닦아 자신의 실수를 만회했듯이, 벌어진 실수에 대해서는 책임지고 감당하는 쪽을 택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내 스스로에게 ‘이런 실수, 지금 이 시점에 저지르는 건 당연한 거야. 실수없이 넘어가는 사람들이 드믄거지’ 하고 말해줄 수 있는 넉넉한 마음도 가졌으면 한다. 누구든지 실수를 한다. 실수를 하면 위축되고 자책하고 괴로워하기보다는, 실수를 삶의 지혜를 배우며 넘어가는 구비구비에 있는 이정표로 생각하고 성장의 기회로 삼고 싶다. 결국에 인간은 실수를 통해서 성장해 나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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