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자신만의 세계로 돌아올 때 음악을 찾곤한다. 그리하지 않을까? 삶은 빙산이 녹아내리 듯 채워지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는 발자취…가슴 아프게 그리워할 그 무언가가 있다는것은 축복이라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흐르는 세월… 바람과 함께 띄어 보내는 한 편의 노래에서 그리움과 추억… 사람 사는 기쁨을 맛 본다면, 그것이 바로 행복이 아닐까?서울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충무로 뒷골목의 찌그러진 냄비… 연탄불 동태찌게를 한번쯤 그리워 해 본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서울 도심에 골목골목… 사람 한 두 명 드나들 수 있는 좁은 길이 많다는 것을 아는사람들은 다 알테지만 그곳에 식탁 2-3개놓고 장사하는 아줌마 식당들의 찌게 맛은아마 먹어 보지 못한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겨울이 되면, 연탄불 찌게가 보골보골 끓어오르는 거리… 누군가가 정성스럽게 끓이는찌게가 있는 세상은 아무리 삶이 고되다 해도 살 맛 나는 세상이라 아니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서울 사람들이 그처럼 보글보글부디끼면서도 삶을 견디어 왔는지도 모르지만… 구수한 달동네의 인정이 피어나던 서울의 삶은 고되고 힘들었던 만큼이나 단순행복이 도처에 피어나던 곳이기도 했다.
얼마 전 한국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 ‘넘버 원’으로 배호의 노래들이 뽑혔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다. 배호하면 60년도에 활약했던 가수로서‘ 돌아가는 삼각지’,‘안개낀 장춘단 공원’이란 노래로 유명했던가수였다. 흘러간 가수 중에서 배호를 유난히 좋아했고 또 그의 노래들을 좋아했던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배호가 부른 노래의장소들이 바로 태어나고 자란, 바로 그곳이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장춘단 공원’ ,‘삼각지 로타리’ 등은 집에서 약 4킬로 떨어진 거리로서 놀이터가 있었기 때문에 일요일이면 늘 그 곳에서 살다시피했었다.
삼각지 로타리… 그리고 이태원 삼거리의콜트 장군(동상)을 기억하십니까?지금은 없어졌겠지만, 이 콜츠 장군의 동상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상당히 고생스러웠던 세월을 보내온 분들이 분명할 것이다.
미군부대에서 나온 온갖 쓰레기 음식물과통조림을 끓여 먹고 자랄 수 밖에 없었던시절… 60년대는 누구나 그랬다. 거리에 실업자들이 넘쳐났으며, 그저 집 한 채 지니고산다하면 부자에 속했다.
아버지는 청계천 뒷 골목에서 작은 인쇄소를 하셨는데 3.1 고가도로가 생기기 이전,청계천 4가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육교 밑에아시아 극장이 있었고 박치기로 유명한 김일 레슬링이 유명세를 떨치던 때이기도 했다. ‘아리랑’인가 뭔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엮은 책을 사람들은 탐독했었고, 꼬마들은 추운 겨울… 연탄 난로 옆에서 오뎅국물을 호로록거리며 만화책을 읽은 즐거움이바로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행복의 조건이단순하니 삶도 단순했고, 요즘처럼 자살하는 사람들도 그리 많지 않았다.
최무룡이 부른 ‘꿈은 사라지고’ , 최희준이 부른‘ 하숙생’ … 배호의‘ 돌아가는 삼각지’ … 이미자의 ‘동백아가씨’ 등은 막걸리판에서 자주 들려오던 노래들이었고 가사들도 한결같이 칙칙하고 부정적인 것들이었다.
무슨 꿈은 사라졌다느니… 인생은 나그네라느니… 잃어버린 사랑을 그리워하는 삼각지… 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도려내는 이가슴… 뭐 이런 가사들로 넘쳐나고 있었기에 정부에서는 한 때 금지 가요를 정하기도했지만… 아무튼 꿈이 사라진 그 장소… 그노래… 그 시대의 주인공들이 이제 한 두 명씩 쓰러져 가고 있다.
최근 수년간 -아버지는 이미 십여년 전에돌아가셨지만- 삼촌뻘 되는 지인들이 열 손가락 넘게 세상을 떠나시고 말았다. 모두들베이지역에 거주하며 친하게 지냈던 분들이다.
열심히 사는 것과 가치있게 사는 것은 다르다. 그저 앞만 보고 열심히 살아왔던 세대를 우리는 위대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아십니까? 행복은 보통 사람들의꿈이지 가치추구에만 있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불행을 견디고 고통과좌절 속에서 삶의 가치를 발견해 나가는 자들을 우리는 어떤 형태로든 예술가라고 부른다. 웅휘하며… 교양이 철철 넘쳐흐르는교향곡이 울려퍼질 때 조차… 추억의 한 편에서, 잃어버린 그 사랑을 아쉬워하며, 눈물젖어 한 숨짓는 외로운 사나이들… 그 로타리의 주인공들을… 가끔은 그리움으로 추억해 왔는지도 모르겠다.
삼각지 로타리를 기억하는 모든 분들에게마음의 노래를 띄워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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