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가족여행을 다녀왔는데, 처음으로 마음에 와닿지 않던 ‘여행은 일상의 탈출’이라는 말을 실감하고 왔다. 결혼하기 전, 결혼을 해서도 아이가 있기 전까지 내가 했던 여행을 돌이켜보면 일상과 그리 큰 차이가 없었다. 일상이든 여행이든 여유롭고 넉넉하기는 매한가지였으며 그러다보니 여행의 감흥이 떨어질 때가 많았다.
아이가 생긴 후 떠난 여행은 많은 경우 일상 이하였다. 일상에서는 쉽사리 지켜지던 아이들 스케줄이 여행 스케줄로 인해 깨지면 아이들은 힘들어했고, 그 뒷치닥거리를 하느라 여행은 늘 피곤하고 고달펐다. 어쩌다 아이들 용품이라도 깜빡 했을 경우에는 저기 멀리 집에 두고온 용품을 생각하며그 용품만 있었으면 이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을텐데 하는 생각에 애석해 하느라 기분도 좋지 않았다. 아이들이 어리다보니 먹거리, 여분의 옷, 장난감 등으로 짐보따리는 그야말로 산만 했고 그 많은 짐을 들고 이동하느라 이동할 때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여행 내내 기분이 상하곤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몇년이 지난 지금, 나는 불안한 마음으로 가족여행에 나섰다. 과연 기분전환이 될 것인가 하는 의심으로 시작한 여행은 나의 우려와는 달리 유쾌했다. 이제 어느 정도 큰 아이들은 자신의 가방을 챙겨 여행갈 준비를 했고, 이동하는 차 안에서도 함께 웃고 이야기하면서 여행길의 벗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도착한 여행지에서 나는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상에서 놓치고 있었던 바다를 보고 산을 보고 별을 바라보며 순간순간의 여유를 즐겼다.
일상을 떠나 나를 기다리는 스케줄이 없는 곳에서 한가로움과 여유로움을 즐기고 있자니 시간이 멈춰버린 것만 같았다. 복잡하고 바쁘고 꽉 차있던 일상을 떠나니 전에는 무심코 지나쳐 버린 여유롭고 넉넉한 시간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신나게 노는 모습, 웃음 소리가 따스한 햇살 아래 모래처럼 빛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여행은 일상의 탈출이라는 말을 부정할 수가 없었다. 여행은 끝없이 흘러가는 시간을 일시 정지시켜서 영원으로 간직할 순간을 만드는 일인 것 같다. 멈춘 시간들은 차곡차곡 쌓여 추억이 되고 즐거움이 되어 또 다른 일시정지의 순간을 기대하게 만든다. 벌써부터 계획하지도 않은 다음 여행이 기대되는 것은 이제 막 여행의 묘미를 맛본 초보 여행가의 깨달음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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