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연배우도 7세 소년에서 19세 청년으로 함께 성장
▶ 이번 주 선댄스 영화제에 첫선·금년 후반 개봉 예정
영화‘보이후드의 한 장면. 꼬마 때 촬영을 시작한 엘라 콜트레인은 이 영화 속에서 청년으로 성장하는 메이슨 역을 맡았다.
선댄스 영화제에서 자리를 함께한 ‘보이후드’의 출연 배우들과 감독. 왼쪽부터 에단 호크, 엘라 콜트레인, 패트리샤 아퀘트와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엘라 콜트레인(19)이 텍사스 오스틴에서 자랄 때 그가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다고 해도 친구들은 잘 믿지 않았다. 그가 영화 ‘비포 미드나잇’과 ‘슬래커’ 등으로 유명한 감독과‘영화를 찍으러’ 한동안 사라졌다 돌아오면 도대체 개봉이 되기는 하는 것이냐고 놀리기도 했다. 그럴 만도 했다. 7세부터 콜트레인은 인내를 필요로 하는 긴 세월의 영화제작에 참여해왔기 때문이다.
매년 링클레이터 감독과 제작진들은 그를 텍사스 주의 다른 촬영 장소로 데려갔고 그동안 소년의 실생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물었다. 오스틴의 집을 떠나온 콜트레인은 거기서 또 다른 가족의 일원이 되었다. 아버지는 배우 에단 호크, 어머니는 패트리샤 아퀘트, 누나는 감독의 딸인 로렐라이 링클레이터로 이루어진 가상가족이었다. 그가 맡은 아들 ‘메이슨’은 링클레이터 감독이 쓴 대본에 콜트레인 자신의 삶이 합해지면서 만들어진 캐릭터였다.
영화 촬영은 매년 1주일씩 그가 18세가 되던 지난해까지 계속되었다.
할리웃의 아역배우는 셀 수 없이 많다. 그러나 과거에도, 또 앞으로도 콜트레인 같은 경험을 할 아역배우는 없을 것이다. 그는 한 아이의 실제 성장기를 따라가는 링클레이터 감독의 야심찬 12년 프로젝트, ‘보이후드’의 중심인물인 소년이다. 영화의 대본은 있지만 스토리는 콜트레인이 자라며 변하는 것에 따라 조정되었다.
금년 후반에 개봉될 예정인 링클레이터 감독의 3시간짜리 성장영화 ‘보이후드’는 이번 주 선댄스 영화제 특별시사회를 통해 첫 선을 보이면서 큰 호평을 받았다. 새벽 1시에 시사회가 끝나고 축하파티가 이어지고 콜트레인은 쏟아지는 카메라와 마이크 세례에 파묻히면서 스타로 떠올랐다. “마치 다른 행성에서 온 외계인이 된 느낌”이라고 그는 말했다.
링클레이터 감독은 소년에서 성인으로 넘어가는 변환기를 포착하기 원했다. 그러나 포착할 수 있는 어느 한순간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러다 생각이 떠올랐다 : “매년 조금씩 찍어서 후에 아우르면 되지 않을까” 영화를 촬영한 실제시간만을 합하면 39일에 불과했다.
관객들은 영화 속 인물들이 실제로 자라고 나이 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다른 영화에서처럼 아역에서 성인배우로 바꾸는 거나 분장을 통해서 성장하거나 늙어가는 게 아니다.
영화엔 인물 뿐 아니라 사회와 문화의 변화도 담겨있다. 음악도 영화 초반 콜드플레이의 ‘옐로우’에서 끝날 무렵엔 드래프트 펑크의 ‘겟 럭키’로 바뀌었고 뉴스도 이라크전쟁을 지나 오바마 당선을 조명하고 있으며 주인공 소년 메이슨의 게임보이도 위(Wii) 게임기에서 아이폰으로 변한다.
영화 ‘보이후드’에서 링클레이터는 유년시절 뿐 아니라 결혼과 세대 간 역학관계를 통해 세월이 인간의 사고를 어떻게 동시에 예리하게 단련시키고 비틀어 왜곡시킬 수 있는가를 폭넓게 탐구하고 있다.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시간”이라고 그는 말한다.
‘보이후드’는 한 사람이 어떻게 현재의 그가 되었는가를 보여주는 초상화라 할 수 있다며 에단 호크는 이 영화를 “한 인간에 대한 저속도 촬영”이라고 표현했다.
링클레이터가 수많은 지원자 중에서 콜트레인을 선택한 것은 커다란 눈과 모래 빛깔 긴 머리 7살 소년의 여린 얼굴에서 끊임없는 탐구심 같은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그의 안목은 틀리지 않았고 콜트레인은 천진한 1학년생에서 고집 세고 허세 강한 프리틴 시절을 지나 사진 찍기라는 자기 세계에 몰입하며 대학입학을 앞둔 보다 성숙해진 청년기로 접어드는 메이슨의 성장기를 섬세하게 표현해냈다.
“실제의 내가 영화 속 캐릭터에 영향을 주기도 했고 캐릭터가 실제의 내 자신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고 콜트레인은 말한다. 삼촌의 회사에서 조경사로 파트타임 일을 하며 그림과 음악을 공부하고 있는 그는 이번 영화가 자신에게 연기자의 길을 열어줄 것도 기대하고 있다.
그를 비롯한 출연배우 모두, 그리고 영화 재정 담당자에게도 ‘보이후드’ 제작은 깊은 인내심을 요구하는, 전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감독의 딸로 11세 때 누나 사만다 역을 맡아 출연을 시작한 로렐라이 링클레이터는 3년 후 아버지에게 사만다가 죽는 것으로 좀 빼줄 수 없느냐고 간청했을 정도다. 매년 완성품은 없이 예산 청구서만 올렸던 IFC필름의 재정 담당 조나단 세어링에게도 지난 12년은 ‘너무나 불확실한 미래’만을 바라보아야 하는 긴 세월이었다. I그래도 지난해 드디어 촬영이 끝났을 때 현장의 분위기는 환호가 아닌 멜랑콜리였다. 어떤 의미에서 문이 닫히고 끝이 난 것은 촬영만이 아니었다. 유년시절 자체가 끝난 것이었다.
1995년에 ‘비포 선라이즈’를 만들고 18년 후 속편인 ‘비포 선셋’을 내놓은 링클레이터 감독의 성향으로 비추어 메이슨의 다음 스토리도 다룰 것이냐는 질문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아마도”라고 대답한 링틀레이터는 “그가 젊은 아빠가 되었을 때부터” 금년 선댄스 영화제에 첫선 보인 이 가족영화 통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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