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10명 가운데 9명이 술을 마시고, 그 중 6명은 만취하도록 마신다. 음주관련 사고, 즉 교통사고ㆍ강간ㆍ폭력 등으로 사망하는 21세 미만 청소년의 숫자는 5,000명에 이른다. 대학 신입생의 절반 이상이 학기 첫 주에 폭음을 하고, 신입생 10명 가운데 3명은 음주관련 문제로 졸업도 못하고 중도에 학업을 포기한다.
이렇듯 “술은 인류의 적, 마셔서 없애자”라며 목숨까지 걸고 마셔대는 이유는 무엇일까. 18세가 되면 배심원, 시의원도 될 수 있고, 결혼과 소유권도 법적으로 허용된다. 그런데 21세 전에는 술을 못 마시게 되어 있다. “인간은 저마다의 가능성을 가지고 자유롭게 태어났지만 사회가 개인의 가능성과 자유를 억누른다”고 주장하며 자신을 성인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를 향한 반항으로 젊은이들이 술을 찾는다.
또 다른 이유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자신을 잊기 위해서이다. 대학합격 이후 잠시 합격의 기쁨은 있었지만 소방 호스로 뿌려지는 물처럼 쏟아지는 과제물, 매년 치솟는 등록금, 그리고 졸업 후의 불확실한 취업 등 숨통 죄는 긴장의 연속으로 대학생은 웃음을 잃어버렸다. K-12의 구속된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한심하고, 앞날을 생각하면 답답해지는 스트레스를 풀어낼 분출구를 찾지 못해서다.
술을 마신 결과가 싸움에 말려들고, 음주운전으로 붙잡히고, 다음날 머리가 터지게 아픈 단점으로만 점철된다면 당장 금주를 하겠지만 얻는 것도 있기에 꾸준히 마신다.
첫째, 캠퍼스에서의 음주는 소셜미디어 같은 역할을 한다. 혼자서 술을 마시는 경우도 있겠지만 대부분 친구들과 어울려 마신다. 같이 마시는 동안 동료의식을 느끼고 누군가 내 말을 경청해준다는 생각으로 소속감을 느낀다.
둘째, 술을 마시면 평소에 보이지 않던 행동과 의사표시를 할 수 있다. 마치 단단한 성벽의 담장이 무너지고 벽돌이 빠져나가 내부가 드러나는 것처럼 자신의 속을 과감히 파내어 말이 많아지고, 용감하고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한다.
셋째, 잠시나마 학생으로서의 의무와 책임감을 잊을 수 있다. “친구들과 같이 술 마시는 것이 즐거운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설문조사에서 10명 가운데 9명의 대학생이 “모든 것을 잊고 웃을 수 있어서 좋다”라고 대답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웃음은 만병통치약이다. 웃음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혈액순환을 돕고, 소화불량ㆍ우울증에도 특효약이다. 또한 웃음은 9가지 불(不) 증상을 낫게 해준다고 해서 구불약(九不藥)이라고 불렸다. 즉 웃음이 사람 사이에 놓인 의심ㆍ불안감ㆍ적대감ㆍ거리감ㆍ의혹을 없애주고, 사람의 곧은 마음ㆍ정직ㆍ성의ㆍ공손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캠퍼스 생활에서 술이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다. 스코틀랜드의 하일랜드 지방에 위치한 오반 위스키 증류 공장의 투어가이드는 위스키의 뜻을 이렇게 설명했다.
“증류주는 라틴어로 아쿠아 비태(Aqua Vitae)라고 하며 ‘생명의 물’이란 뜻이다. 이것을 중세 아일랜드 사람들이 자국어(겔트어)로 번역하여 위스게 비다(Uisge-beatha)로 불렀고, 후에 위스키(Whisky)로 변천했다. 삶의 활력과 기쁨을 주기에 그렇게 명명한 것이다.”
대학 캠퍼스는 술독이다. 그런 술독에서도 구불약을 찾아내고, 생명의 물을 마시는 학생은 활력과 기쁨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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