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 여제’ 이상화(25·서울시청)가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2연패를 달성한 원동력을 분석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단거리 선수로서 최적화된 신체다.
대회 조직위원회가 제공하는 선수 프로필에 의하면 이상화의 키는 165㎝, 62㎏이다.
여자 단거리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로서 좋다고는 할 수 없는 신체조건이다.
실제로 오랫동안 이상화의 맞수로 꼽혀 온 선수들의 체격과 비교하면 열세가 확연히 드러난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지목된 예니 볼프(독일)가 172㎝, 73㎏의 당당한 체격을 자랑하고, 올 시즌 월드컵 종합 3위를 달리는 헤더 리처드슨(미국)은 178㎝, 73㎏이다.
같은 아시아 선수인 왕베이싱(중국) 역시 174㎝, 66㎏으로 이상화보다 9㎝나 크다.
키와 몸무게의 비율을 따져도 전체적인 체구가 이상화보다 호리호리한 선수는 월드컵 종합 2위인 올가 팟쿨리나(172㎝·62㎏)밖에 없다.
단거리에서 키가 작으면 한 발을 내딛는 거리 자체가 짧아지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이런 약점에도 이상화가 세계신기록 행진을 벌이고, 올림픽 2연패의 위업까지 이룰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은 강한 힘이다.
이상화는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전부터 대표팀에서 최고의 힘을 지닌 선수로 평가받았다.
빙면을 미는 힘이 폭발적이고, 양 다리의 힘도 균형을 이룬 데다 체중당 최고 파워도 정상급이라는 것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이 힘의 원천은 탄탄한 하체에 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과 대회 조직위원회의 홈페이지에도 ‘꿀벅지’라고 기재돼 있는 그의 별명에서 보이듯, 어지간한 여자 허리 둘레에 가까운 허벅지에서 체격의 열세를 뒤집을 파워가 나온다.
2012년 말까지 빙속 대표팀의 신체를 분석한 체육과학연구원의 1년 전 자료를 보면 이상화의 허벅지 둘레는 60㎝다.
밴쿠버올림픽 때(57㎝)보다 3㎝ 늘었다.
종아리 근육도 여자 대표팀의 평균치보다 4㎝이상 크다.
하체를 강화한 것과 반대로 체중은 밴쿠버올림픽 당시 65.6㎏에서 현재(조직위 자료 기준) 62㎏으로 감량했다.
이상화 자신은 5㎏ 이상 감량했다고 말한다.
허벅지 둘레가 늘어났음에도 체중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상체가 날씬해졌다는 뜻이다.
날씬한 몸은 달리는 동안 견뎌야 하는 공기 저항을 줄여 속도를 붙이기 쉽게 해준다.
체격의 열세를 오히려 장점으로 바꾼 것이다.
경쟁자들이 전체적으로 탄탄한 체구를 갖춰 여기에서 나오는 파워를 앞세워 스케이팅을 한다면, 이상화는 ‘탄탄한 하체와 날씬한 상체’라는 단거리 선수에게 완벽하게 적합한 몸을 만들어 이들과 맞선 셈이다.
sncwook@yna.co.kr
<연합 고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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