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다 카를로(1907-1954)는 멕시코의 유명한 벽화 화가 디에고 리베라의 아내로 더 유명했던 화가다. 어렸을 때 폴리오를 앓아 다리가 성치 못했는데다 십대때 교통사고로 척추를 심하게 다쳐 일생동안 육체적 고통과 싸워야했던 화가다.
척추 수술후, 딱딱한 금속으로 모양을 잡은 콜셋을 입고 섰는 자신을 그린 그림엔 온몸에 박혀있는 가시와 두 눈에 흐르는 눈물이 가슴 아프게 한다. 게다가 그녀는 자신의 스승이며 일생을 걸쳐 사랑 했던 남편, 리베라가 오랜동안 자신의 자매와 불륜의 관계에 있었던 것을 후에 알게 되고 몹시 괴로와 했는데다 리베라와의 아이도 유산되어, 살면서 여러가지 형태의 아픔을 겪어 내야 했던 이다. 그녀의 그림은 대단히 자전적이어서 보통 생각하는 원근법이나 구도보다는 자신의 생활에 연결된 사물들을 자신에게 중요한 순위대로 크기를 잡고 여기저기 널어 놓는 식으로 그렸다.
상식적이 아닌 구도와 모티브 때문에 초현실주의자들은 그녀를 자신들의 한 멤버로 넣고 싶어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그림은 대단히 사적인 표현일 뿐 초현실주의와는 관계가 없다고 말한다.
디에고의 크고 짙은 그림자에 묻혀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그녀는 그러나 이제 디에고를 넘어서는 독보적 화가로 대접 받는다.
사회가 한 화가에게 주는 대우와 평가를 보면 참 부질없다는 기분이 든다. 로댕에게 오히려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후에 알려진 카미유 끌로델은 살아 생전로댕때문에 많은 상처를 입고 정말 소외되고 고통스런 삶을 살았다. 그 뿐인가. 피카소에게 걸려든 여자들은 거의 하나같이 자살로 생을 마쳤다. 예술이 무엇인가, 삶은 무엇이며 성공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미술사 뒷길의 슬픈 그림자들이다.
젊었을 때 애들과 가정에 치여 내 자신의 욕구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을 시절, 너무나 절실히 그리고 싶었을 때 나는 오직 한점, 내 벽에 붙여놓고 보고 보고 또보며 어쩜 저렇게 좋을까, 하는 감탄이 내 맘속에서 메아리처럼 울리는 그런 그림을 단 한장이라도 좋으니 그리고 싶었었다.
그런 절박했던 소망에 비하면 그 후, 그런대로 전시회도 했고 좋은 그림의 대부분은 내 손을 떠날 만큼 팔기도 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젊었을 때 느끼던 그 타는듯한 바램과 욕망이 잦아들면서 오히려 그림 그리는 게 더욱 더 좋아진다. 이제는 누구의 인정을 바라지도 않게 되고 누가 전시회를 했다고 해서 부럽지도 않고 누구 그림이 비싸게 팔린다해서 배 아프지도 않다. 아무도 없는 작업실에서 음악 틀어놓고 그냥 손에 물감 묻히며 노니는 기분이 신선같다.
지난 번 수술 후, 의사는 이십분 작업하고 이십분 누어있어야 한다는데 한번 붓을 잡게 되면 그게 쉽지 않다. 며칠전 하도 행복해서 날이 저무는 줄도 모르고 노닐다가 집에 와 누었더니 다시 몸이 불편해졌다. 아침에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니까 내 친구가 작은 소리로 나를 말린다. 그냥 누어 있어. 괜찮아, 괜찮아. 붓도 안씻고 왔는데 가봐야 할텐데.. 친구는 또다시 말한다. 그건 중요하지 않아. 그냥 하는만큼 하는 거야.
며칠 전 아침 마당에 야구해설자 하일성이 나왔는데 암선고를 받는 순간 아무도 생각 안나고 친구 생각만 났단다. ‘그 자식은 나보다 더 퍼먹었는데 왜 내가 암에 걸린거야.’ 어찌나 우스운지 한참을 웃었다. 항상 내 옆자리를 지키고 떡 버티고 있는 내 친구는 그런 때 작은 소리로 내게 또 귓속말 한다. 넌 내가 있잖아. 네가 얼마나 아픈지, 얼마나 힘든지, 얼마나 외로운지, 어떤 때얼마나 기쁜지, 내가 다 알잖아.
아스러진 내 척추는 결코 날배반하지 않는 충직한 내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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