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계 데니스 텐 피겨 남자싱글 동메달 획득
항일 의병장의 후손인 카자흐스탄의 한국계 피겨스케이팅 선수데니스 텐(20)이 카자흐스탄 동계스포츠의 역사를 새로 섰다.
텐은 14일 소치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끝난 피겨 남자 싱글에서 숏프로그램·프리스케이팅 합계 255.10점으로 하비에르 페르난데스(스페인·253.92점)를 제치고 동메달을 차지했다.
이날 텐의 동메달은 소치올림픽에서 카자흐스탄이 따낸 첫 메달이다. 아울러 역대 올림픽에서 카자흐스탄이 피겨스케이팅에서 따낸 첫 메달이기도 하다.
카자흐스탄은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크로스컨트리와 스피드스케이팅, 바이애슬론 외의 종목에서는 메달을 따낸 적이 없다.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동계아시안게임을 개최하는 등 ‘오일 달러’를 바탕으로 동계스포츠의 강국으로 올라서기를 꿈꾸는 카자흐스탄의 야망이 텐을 통해 한 걸음 나아간 셈이다.
텐의 조국은 카자흐스탄이지만 그의 몸속에는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 텐은 구한말 강원도 일대에서 의병장으로 활약했던 민긍호(閔肯鎬)선생의 고손자다. 1907년 8월 일제가 원주진위대를 해산하려 하자 이에 저항해 300명의 병사를 이끌고 의병을 일으킨 민 선생은 충주지방 탈환 전투를 벌이는 등 홍천과 춘천, 횡성, 원주 일대에서 일본군과 격전을 벌여 전공을 세웠다.
민긍호 선생의 외손녀인 김 알렉산드라가 텐의 할머니다. 텐 역시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하는 등 자신의 뿌리에 자긍심을 표현한 바있다.
텐이 처음으로 세계를 놀라게한 사건은 2013년 세계선수권대회였다. 당시 숏프로그램에서 2위에 오른 텐은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우승자 패트릭 챈(캐나다)보다도 높은 점수로 1위를 차지했다.
비록 숏프로그램에서의 점수 차이를 뒤집지 못해 아쉬운 준우승에 그쳤지만, 당시 스포트라이트는 깜짝 놀랄 활약을 보인 텐에게 집중됐다. 당시 텐의 은메달을 카자흐스탄이 피겨 메이저 국제대회에서 따낸 첫 메달이기도 했다.
이번 소치올림픽에서도 비슷했다. 텐은 13일 숏프로그램에서 84.06점으로 9위에 머물렀으나 14일 프리스케이팅에서 171.04점을 받아 단숨에 3위로 올라서면서 카자흐스탄에 첫 올림픽 피겨 메달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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