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지막 기회서 대표 선발 논란 완벽하게 잠재워
▶ 원톱 무게 확실히 달라, 홍명보호 큰 시름 덜어
박주영이 결승골을 뽑아낸 뒤 감사기도를 하고 있다. <연합>
역시 박주영이었다. 아무리 실전 감각이 녹슬었다 해도 그의 ‘킬러 본능’은 펄펄 살아있었다.
소속팀에서 전혀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기간에도 홍명보 감독의 시선이 그를 떠나지 못했던 이유를 알 수 있게 해준 퍼포먼스였다. 13개월만의 대표팀 복귀전에서 ‘원샷 원킬’로 자신의 64번째 A매치에서 24골을 기록하며 사실상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 승선을 확정지었다.
5일 그리스와의 원정 평가전은 박주영에게 마지막 기회였다. 이미 소속팀에서 벤치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인해 경기력 논란이 뜨거웠던 상황에서 이날 부진했더라면 그에게 또 다른 기회는 없었다. 사실 대표팀은 이번 그리스전 후 5월28일 튀니지와의 평가전 때까지 경기가 없고 튀니지 경기 다음날인 5월29일 최종 엔트리가 발표되기에 기량을 보여줄 찬스도 없었다.
하지만 1년 1개월만에 대표팀에 돌아온 그가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는데는 45분이면 충분했다. 전반 18분 손흥민의 패스를 받아 멋진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다. 영리한 위치선정과 공간을 찾아들어가는 전광석화같은 쇄도, 모범답안 같은 깔끔한 피니시 등 골잡이가 갖춰야 할 덕목을 모두 다 보여준 환상골이었다. 이젠 그를 대표팀에 포함시키는데 있어 아무도 토를 달 수 없게 됐다.
홍명보호 출범 이후 빈약한 공격력이 계속 문제로 지적되면서 이를 씻어줄 후보로 박주영의 이름이 거론됐지만, 소속팀 아스날(잉글랜드)에서 홍 감독이 ‘유령선수’ 위치로 전락한 그를 선뜻 뽑기엔 부담이 너무 컸다. 홍명보 감독 스스로 천명한 “소속팀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선수는 발탁하지 않는다”는 선발 원칙을 거스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홍 감독은 박주영에게 팀을 옮겨 경기 출전 기회를 얻도록 조언했고, 지난달 박주영이 개인적으로 희생을 감수하면서 왓포드로 이적해 복귀의 길이 열렸다. 왓포드 이적 후에도 제대로 출전기회를 잡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홍 감독은 박주영을 점검할 마지막 기회를 놓칠 수 없어 그를 호출했고 박주영은 홍 감독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골로 보답했다. 단순히 골을 뽑아낸 것만이 아니라 볼을 다루는 감각과 날카로운 패스로 동료에게 찬스를 만들어 주는 등 모든 면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여 비록 녹슬었을망정 퇴보하지는 않았음을 입증했다. 브라질 월드컵을 준비하는 홍명보 감독은 이제 큰 시름 하나를 덜게 됐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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