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딸 부잣집에 넷째 딸이다. 어려선 오빠 있는 친구가 부러웠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 친구들이 나를 더 많이 부러워할 만큼 자매애가 남다르다. 나이 차이도 많게는 띠동갑을 훌쩍 넘었지만 언니들이 젊게 사는 바람에 사람들은 우리가 언니 동생 하는 친한 친구인 줄 착각할 정도다. 서로 부족한 면을 감싸주고 채워주니 우리에게는 이젠 그냥 자매가 아니라 `꽃보다 자매`인 셈이다. 다같이 매달 적금도 부어서 만기가 되는 해 여름엔 해외여행도 다녀온다. 누구의 아내도, 아무개의 엄마도 아닌 우리들만의 시간…… 그동안 가끔은 잊고 지냈던 내 이름으로 불려지고 한껏 들뜬 기분으로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보면 어느새 마음은 어릴 적 함께 술래잡기를 하던 동네 어디쯤을 서성거리고 있다.
몇년 전, 갱년기 우울증 때문에 도망치듯 언니들에게 달려간 적이 있다. 몸도 마음도 지쳐있는 내게 언니들의 그늘은 피난처 그 이상이었다. 어느 날 오후, 맛 집을 찾아 서울 근교로 빠지는 순간 내 마음을 사로 잡은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다. 바로 산이었다. 오랜 세월 잊고 지냈던 곳 초등학생 시절 스케치북에나 그려져 있을 듯한 봉긋 솟은 봉우리를 자랑하는 눈길 닿는 바로 그곳에서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은 느낌으로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늘 우리 가까이에 한결같은 모습으로 있어준 그 존재만으로도 고마워서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 느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지금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마도 그때 언니들에 대한 내 마음이 겹쳐져 있었던 것 같다. 산이 거기에 있어 눈물나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왔듯이, 내 인생에도 우리 자매들이 늘 함께 있어 더 행복하고 아름다운 거라고. 그해부터 우리들만의 여행을 시작했다. 들뜬 마음으로 짐을 싸고 추억 만들기에 푹 빠져 꿈결 같은 일정을 보내고 나면 다시 만나는 이년 뒤의 여정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우린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자고 화이팅을 외치며 아쉬움을 남긴 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 올 여름 우리가 선정한 곳은 터키. 다가올 좋은 만남과 추억을 꿈꾸며 난 오늘도 내 일상에 열심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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