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진짜 승자는 7관왕 ‘그래비티’도, 작품상을 받은 ‘노예 12년’도 아니다. 오스카 골드 수상자는 ‘삼성’이라는 미국 언론 보도가 잇따랐다. 시상식 사회자 엘런 드 제너러스가 갤럭시 노트3로 찍은 ‘셀피’(셀프카메라 사진)가 트위터 등을 통해 급속히 퍼져나가 엄청난 마케팅 효과를 누려서다.
시상식 도중 그녀는 들고 있던 화이트 갤럭시 노트를 브래들리 쿠퍼에게 건넸고 할리웃 스타들을 옹기종기 모이게 한 뒤 셀피를 찍었다. 일각에선 그녀가 갤럭시 노트로 셀피를 찍기는 했지만 정작 백스테이지에서 트윗을 할 때는 자신의 아이폰을 사용했다며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수긍할 수 있다. 2,790만 팔로워를 지닌 그녀가 시상식 리허설 중 배운 사용법으로 트윗까지 갤럭시 노트3를 사용하긴 무리라는 것을.
요즘 미국 가정에서는 가족 모임이 있을 때마다 ‘페이스타임’이 빠지지 않는다.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들과 한 자리에 모인 가족들이 아이패드를 손에 든 할머니의 주도로 영상통화를 하는 시간이다. 와이파이를 이용한 애플의 영상통화 기능이 이렇게 다정다감하게 와 닿게 되리라는 사실을 스티브 잡스는 알고 있었을까.
이래저래 미국에서 갤럭시 노트가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따라잡는 건 당분간 힘들 것 같다. 온 가족을 연결시키는 페이스타임 같은 감성을 충족시키는 기능으로 할머니 세대까지 사로잡지 않는 한 디지털기기에 능숙한 세대만이 열광할 뿐이다. 구글 토크가 있고 스카이피가 있긴 하지만 셀폰 통화를 하듯 쉽게 사용하는 페이스타임보다는 불편한 기능 아닌가.
그렇다고 애플이 최종 승자가 될 거란 의미는 아니다. 갤럭시 노트의 기능에 익숙하고 갤럭시 기어를 패션 시계인냥 차고 다니는 현 세대가 꼬부랑 할머니가 된다고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로 갈아타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분명 오스카 간접광고(PPL)로 광고비 이상의 효과를 거두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참석한 할리웃 스타들에게 갤럭시 노트3가 하나씩 지급되었을 것이고 미국 내 4,300만 명의 시청자들에게 인지도를 높였음은 분명하다. 엘렌 드 제너러스의 개인 스마트폰이 아직까지 아이폰이라는 씁쓸한 뉴스도 삼성 특유의 역발상으로 판도를 뒤집으면 된다. 애플 기기의 운영체제(OS)에 뿌리를 내린 고객들이 안드로이드로 옮겨가길 바라기보다 이제 막 스마트폰을 구입하려는 잠재 고객들을 공략해 트윗 계정을 갤럭시 노트에 먼저 만들도록 하는 것이 스티브 잡스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게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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