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을 같이 이웃으로 지내온 옆 식당 건물이 팔렸다. 그 자리에 마리화나 판매업소가 들어선 것이다. 바로 큰길 건너편에도 또 다른 마리화나 가게가 보인다. 눈에 들어오는 변화된 현실이 싫었다. 그들의 고객이 내 오피스로 잘못 찾아드는 것은 더욱 싫었다. 지난달 그들이 보라고 큰 간판을 밖에 하나 더 올렸다. ‘내과 병원’이라는 말이 강조되게 큰 글씨로…
금년부터 콜로라도 주가 마리화나를 담배처럼 기호 품목으로 일반 대중(21세 이상)에게도 판매를 허용했다. 캘리포니아 주는 이미 의료용으로만 조건부 합법화 시켰는데 현재 일반 대중, 특히 젊은이에게 광범위하게 교묘히 흘러들었다. 이제는 우리가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깊게 파급된 것이다. 이들은 당당히 말하고 있다. 독한 술 보다 해가 적다는 항변이다. 캘리포니아에서도 금년 11월에 일반인 마리화나 합법화 주민 발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가 실시된다. 요즘 젊은이들의 추세를 보면 통과는 확실하다. 통과되면 1~2년 후에는 시행될 것이다. 우리가 거역할 수가 없는 대세의 흐름이다.
공격이 최선의 수비라는 말을 기억하며 먼저 직접 옆 마리화나 가게를 방문했다. 내 자신을 주인에게 정중하게 소개했다. 궁금증의 형상화다. 현실의 파악이다. 가게 안은 20대의 건장한 젊은이들로 가득 차 있다. 흘러든 뿌연 연기 속에 자리 잡은 ATM 기계에서 현금을 찾는 젊은이들이 보인다. 이곳에선 현금만 거래된다. 그들과 대화를 나누어 보았다. 마리화나 1년 사용 추천서 겸 증명서는 의사를 찾아가서 적절한 병명, 특히 우울증이나 관절이 아프다고 하면(이들은 주관적 병이다) 75달러에서 150달러 정도 지불하고 쉽게 발급 받는다고 했다. (한 사람은 헌팅턴 비치 근처에서 50달러에도 발급받았다고 했다.)
모든 것이 합법적이라면서 사용하는 순간은 즐겁고 평안하기만 하다고 말한다. “쾌락의 탐닉은 삶의 아픔을 피하거나 잊어보려는 몸부림일 뿐이다. 끝이 허망하기 때문에 쾌락에 빠져들면 누구나 소모되고 탕진되어 나약해 진다”고 충고해 주고 싶었으나 그들의 충혈 된 눈빛이나 분위기가 충고를 입속에서만 맴 돌게 한다. 그들과 의사는 어떤 관계일까,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
나의 주변에는 중증의 신경통이나 말기암 환자 등 수많은 밤을 아픔과 고통으로 지새우는 어려운 사람들이 상당수다. 현재의 진통제로는 심한 부작용을 겪는 경우도 있다. 어쩌면 마리화나가 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의사는 환자의 고통과 아픔을 덜어주는 일이 최상의 목표이고 의무이다. 마리화나가 환자들의 심한 아픔과 고통을 현재보다 더 많이 경감해 줄 수 있다면, 이의 사용도 의사의 선택사항이다.
이 마리화나 혁명이 우리 시대를 궁극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길로 열리게 될지 아닐지, 의학적 득실을 철저하게 따져봐야 되는 것이 우리 의료인들의 의무이고 사명이다. 또한 이에 관한 정확한 지식과 득실을 젊은이들 특히 우리 자녀들에게 교육도 해 주어야 할 것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라는 속담이 있듯이 구더기는 걷어 낼 것을 각오하고라도 보수적인 우리의 마음의 창을 열어야겠다. 고여 있는 물은 썩을 수밖에 없다는 말처럼 변화는 살아있는 생물의 자연스런 모습이고, 순리에 따른 조용한 변화만큼 가치 있는 것이 없다는 진리를 가슴에 담고 앞으로 다가올 상황을 준비해야한다.
새 가치관의 정립이다. 우리가 많이 알아야 한다. 마리화나에 관한 모든 참고 서적들을 다시 들추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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