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세 나이에 GED에 합격한 영자 도란(오른쪽)씨가 막내 동생 김은숙씨와 함께 자리했다.
칠순이 넘는 나이에 고등학교 학력 검정고시(GED)에 합격한 한인 할머니가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주인공은 웨체스터에 거주하는 올해 72세의 영자 도란씨.
웨체스터 그리스 센트럴고교에서 GED 공부를 시작한 도란씨는 지난해 12월 합격의 기쁨을 누렸다. 일주일에 두 차례, 하루 3시간의 수업을 13년 동안 다니며 이뤄낸 성과다.
경기도 이천군에서 육남매 중 첫째로 태어난 도란씨는 한국에서 중학교를 졸업했으나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 이후 1966년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던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해 29세 되던 1969년에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이후에도 자식 뒷바라지와 한국에 남아있던 동생들을 미국에 정착시키기 위해 장교식당과 조립공장 등에서 수십 년 동안 일을 해야 했기 때문에 만학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지난 2006년 은퇴한 뒤에야 비로소 본격적으로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며 배우지 못한 한을 풀 수 있었다.
도란씨는 “늦은 나이에 시작한 공부로 힘들 때도 있었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며 “커뮤니티 칼리지에 진학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도란씨가 배움의 한을 풀 수 있었는 데는 남편과 동생들의 도움이 컸다. 남편은 일일 선생을 자처하며 매일 도란씨의 공부를 도와줬고 동생들도 늦깎이 학생이 된 도란씨를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다. 특히 ‘GED 합격을 축하한다’며 십시일반 돈을 모아준 동생들 덕분에 다음달 22일 40여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게 돼 두 배의 기쁨을 누리게 됐다.
아직도 영어실력이 부족하다며 겸손해 한 도란씨는 “배우고 공부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시 쓰는 걸 좋아하는데 언젠가는 영어로 된 시집을 내고 싶다”는 작은 바람을 전했다.
<조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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