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직장을 그만 둔지 몇 년 된 후배의 소식이 페이스북에 올라왔다. 카피라이터로 10년 넘게 일한 그녀가 조용히 말없이 준비한 일은 작은 그릇 가게. 수입한 폴란드 그릇들과 소박한 침구, 아이들 물건을 파는 가게라고 한다.
아기자기하게 진열된 가게를 사진으로만 보고서도, 나는 당장이라도 그 곳에 달려가 보고 싶었다. 여러 말 중에 그녀가 한 마지막으로 한 “나 광고 그만하고 다른 일 해보려고…”라는 말 때문이었다. 지난여름 한국에서 잠깐 만난 그녀는 광고 일을 하지 않아도 행복하다고 했었다.
같은 회사에서 선후배로 우리는 오랜 세월 광고만 만들었었다. 나는 한국을 떠나 미국에 와서 여기저기를 오가면서도 가장 잘하는 일이 이것이라 철썩 같이 믿고 광고 일만 애써 해보려고 했었다.
꿈도 있었다. 다른 나라에서도 잘 먹히는 아이디어도 내보고, 미국사람들도 설득해보고, 영어로도 카피까지 써보고…다른 일은 어차피 투자해서 공부해야하니 하던 일이나 잘하자고, 한 우물만 파보자고 애써 위로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녀의 소식에 나는 잠깐 내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얼마 전 힐링 캠프에 나온 강신주 철학박사는 이렇게 말했다.
“꿈이 없어도 되지만 꾸면 해야 한다. 꿈은 이뤄져야만 한다. 꿈을 포기할 수 있을 때가 딱 한번 있다. 꿈을 이뤘는데 막상 별로 일 때가 있다. 꿈은 무조건 이룬 다음에 버려야한다. 그걸 실현한 다음에만 버릴 수 있다.”
내가 꿈을 꾼 적이 있었는가, 있었다면 그걸 이루기 위해 한 일이 있는가. 이룬 다음에 버렸는가, 아니면 그냥 포기했는가. 그런데 강신주 박사는 이어서 이렇게 말했다.
“개꿈이 있다. 현실을 은폐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꿈. 진짜 꿈은 실천을 강요한다. 노력이 요구되는 진짜 꿈은 이상이라고 부른다.”아…어쩌면 나는 현실이 답답하고 무료해서 개꿈을 꾼 적이 더 많았던 건 아닐까.
항상 아이디어가 떠올라 사업을 구상하곤 하는 친구가 있다. 그러다가 포기하고 눈물을 흘리고, 안되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에 그냥 접곤 했다고 했다. 나도 그 친구도, 무언가 분명 생각은 한 적이 있는데, 꿈을 향한 도전이 없었던 걸까.
그릇가게를 연 후배는 월세를 메우기 위해 광고 일을 다시 아르바이트로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걱정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이루고 싶은 꿈을 이룬 것으로 행복할 것이다. 그래서 혹 포기하게 될지라도 해보지 않았을 때와는 그 마음이 완전히 다를 것이다.
그럼 나는, 꿈꾸곤 했던 A, B, C…들을 위해 내가 지금 안고 있는 것들을 버릴 각오가 돼있는 건가? 지금 손에 잡은 물고기를 놓지 않으면서, 물밑에 있는 새로 나온 물고기를 또 잡을 수 있을까?
수십년 광고 일만 한 한 선배는 뒤늦게 공무원직으로 자리를 옮기며 ‘그동안 너무 한가지만 길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했고, 그녀 또한 멋진 길을 가고 있다. 나는 노력하지 않는 꿈, 개꿈을 꾸어왔다면 이제 그걸 진짜 꿈으로 바꿀 기회를 엿봐야할 것 같다.
“꿈을 이루지 못하면 평생 그 근처에서 배회하는 귀신같은 나를 보게 될 거예요”라는 강신주 박사의 돌직구가 나에게 비수처럼 꽂히지 않게 하려면, 이제 발을 내딛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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