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노인아파트에 90에 가까운 노부부가 계신다. 물리학 박사이자 교수, 신학대학 총장 외에도 현재 한국을 움직이는 수많은 제자들을 배출한 87세의 노신사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식사를 할 때면 그는 당신의 젊은 시절 지나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신다.
마냥 신이 나서 이야기하시는 모습에서 그의 지난 세월을 읽는다. 부인은 오랜 당뇨로 실명하셨다. 간호교육을 받으시고 추측하건대 아주 세련되고 유복한 젊은 시절을 보내신 듯하다.
노부부는 그렇게 남은 세월을 함께 움직이신다. 전혀 눈이 안 보이는 부인을 위해 음식을 올려주고, 옷을 입히고, 일으키고, 화장실을 가고. 90세가 가까워지는 노신사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인생의 동반자에 대해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야말로 그들은 하나였다. 눈이 안 보이는 사람의 모든 것을 대신해 주는 일은 젊은 사람에게도 힘에 겨운 일이다.
그러나 그는 묵묵히 자신의 동반자의 자존심을 지켜주기 위해 닦아주고 일으키고 그렇게 함께하고 있었다. 음식 흘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이리저리 냅킨을 깔고 입을 닦아주고, 눈이 안보여도 머리를 다듬고 옷매무새를 정돈하는 것을 보며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기 위한 그들의 노력과 자존심이 가슴속으로 들어온다. 원앙의 모습이 이런 것인 듯하다.
70년을 함께 살아온 노부부가 함께한다는 것, 병든 짝을 위해 자신의 힘을 모두 쏟아 함께 살아간다는 것, 이것이 추억을 디딤 삼아 서로를 의지하고 살아가는 진정한 부부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서로의 자존심을 지키며 자식들에게도 부모로서 멋지게 남기 위해 힘겨운 일도 마다않고 노력하고,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인내 또한 우리가 본받아야겠다. 바라건대 그렇게 흐르는 물처럼 항상 건강하게 짝 잃지 않고 행복하시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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